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 우방사랑마을에 사는 정수정씨네는 가족 모두가 기자들이다. 가족신문 '보배와 연꽃'의 기사기획과 사진, 가족소식, 가족행사, 광고까지 도맡은 엄마 정수정(33)기자는 편집장.
아빠 최정대(36)기자는 기사를 가장 많이 쓴다. 글을 막 깨친 진수(5), 장난치기에 바쁜 연수(3)기자도 짤막한 글과 종이접기, 그림으로 지면을 빛낸다.
"가족의 자취를 남기고 싶었죠. 추억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신문을 통해 아이들이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을 것이라는 기대가 더욱 강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정수정씨는 지난해부터 마련된 YMCA의 '가족신문만들기 교실'에 참여해 신문제작법을 익히고 '보배와 연꽃' 발행을 시작했다.
덕분에 국민은행 서울지역 지점에 근무하느라 1, 2주만에 집에 와 자칫 서먹해지기 쉬운 아빠와아이들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
친지,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것은 부수적인 성과.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지난해는 정수정씨 가정에 어느때보다 힘든 한 해였다.IMF이후 퇴출, 합병 등 금융계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속에서 가슴 졸이며 보낸 날들이 헤아릴 수없을 정도.
"다른 은행에 근무하는 분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때마다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올해도인원정리가 심하다던데"
하지만 그냥 주저앉아 세월탓만 할 순 없었다. 가족신문으로 가족간 단결력을 높이는 한편 정수정씨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이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졌잖아요. 남편에게 무조건 매달리기보다 짐을 함께 나눠 지자는 생각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학과를 선택했죠"
대구효성가톨릭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했지만 지난해 대구산업정보대 안경광학과에 입학한 것이다. 애들이 잠든 사이, 친정어머니가 애들을 봐주시는 사이 짬을 내 공부를 하지만 물리, 수학 등이과과목이 정말 어렵다며 살짝 웃는다.
졸업후 자격증을 따 조그만 가게라도 하나 여는 것이 정씨의 꿈.
행복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 가족 모두가 가꿔나가는 것인가보다.지난 14일자 신문에 최정대씨가 아내에게 쓴 편지에도 이런 사실이 살짝 드러나 있다."당신과 내가 자신의 역할과 직분을 묵묵히 행한다면 우리 가정은 편안하고 행복하리라 생각하오. 때로는 언어가 필요하지만 언어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진실된 마음이 아니겠소"〈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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