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세력들은 국민들이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때 얼렁뚱땅 일을 해치우는 수가 많다. 내각제문제만 하더라도 97년 대선(大選)에서 자당(自黨)의 힘만으로는 집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정권을 공동소유한다는 목표아래 단일후보를 내세워 집권에 성공하면서부터 숙명적으로 배태된 것이다.
##집권에만 급급한 결과
여론조사라는 것이 들쭉날쭉하지만, 지금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내각제보다는 대통령제 선호도가높다. 그런데도 대선 당시 내각제를 공약한 공동정당후보가 유력한 여권후보를 40만표차로 따돌리고 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그때 유권자인 국민들은 내각제를 해달라고 표를 던졌다기보다 DJ와 JP가 좋아서 표를 주었을것이다. 물론 내각제공약이야 실천하든말든 정권한번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지지한 사람도 있을것이지만, 지지자의 상당비율은 지역성까지 띠고 있었다.
이제 내각제 게임은 피할 수 없다. 밀실에서 합의한 것도 아니고 보스끼리 언약한 것도 아닌, 대국민공약사항인 이상 실현여부를 놓고 우여곡절을 겪게 될 것이다. 약속대로 권력을 집권 5년동안 반반씩 나누면 되고, 금년말까지 내각제개헌을 하면 되는데, 게임은 무슨 게임인가.정당이란 고유한 정강정책이란 것이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인데,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오로지 집권 '방법'에만 집착했던 나머지 색깔이 틀리는데도 손을 잡았기때문에 앞으로 가야할 4년의 길은 순탄치 않게 된 것이다.
자민련은 '당초 약속대로…'를 주장하고 국민회의는 '상황변화론'을 말하고 있다. 그저께 DJ.JP주례회동이후 표면화되던 내각제논란이 쑥 들어가 버렸지만, 앞으로 몇차례 파동을 겪게될 것임은분명하다.
##제도가 정치수단 전락
무슨 팔자인지 내각제는 그 제도자체의 강점보다는 주기적으로 정략(政略)이 돼왔다. 87년 대선전에는 전두환정권이 '정권재창출'에 집착, 이원집정부제.대통령 간선제등과 함께 내각제를 검토하다 YS.DJ중심의 민주세력과 국민연대에 굴복, 직선 대통령제가 실현됐다. 92년 대선전에는 3당합당 중심인물들이 내각제를 밀약한다.
그러나 권력독점을 염원해온 YS가 국민정서를 업고 대통령직선을 실현한다. 97년 대선에선 내각제를 공약한 공동전선이 승리한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국가의 장래와 민생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정치놀음이었다.
내각제논의가 순수하려면 정상적인 국정운영과정에서 자연스레 내각제 논란이 불붙고 입법기관이중심이 되는 공청회등 여론수렴 과정을 통해 국민정치의식이 통합화하는 통로를 거쳐야 한다. 정치보스들이 편리한 대로 국가권력구조를 뜯었다 놨다하는 것은 가당치않다.
DJ.JP회동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추측이 분분하다. 약속대로 연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하면 되니까 상반기까지는 국회개헌통과선인 3분의2 의석수 확보에 공동노력하자는 합의를 한지도 모른다.
또 하나는 내각제도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못하는 거니까 하반기에 가서 가부(可否)를 국민투표에 부쳐보는 방안이 제기됐을 수도 있다.
아니면 핵심권력 상당부분을 JP측에 '양도'하는 대가로 임기 5년동안은 DJ대통령체제로 가되, 임기말에 개헌을 하고 국민회의.자민련을 합당한후 당권을 JP측에 넘기는 방법도 논의했을지도 모른다. 뭔가 DJ와 JP는 시끄럽지 않게 내각제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는 갖고있는 듯하다.##국민을 생각하라
그러나 정치는 살아있는 물체(生物)이어서 돌출변수가 나타나는수도 있으므로 예단(豫斷)은 금물이다. 여기에 개헌저지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안개속이라변신을 못하고 있을뿐, 때가 오면 억지로 꿰매논 보자기와 같아 터질 가능성도 있다.내각제 게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다만 국민들이 더이상 정치권 때문에 피곤해하지 않도록정치개혁이 동반되는 게임이라면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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