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영화 어제와 오늘-(14)멜로드라마 붐

195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가장 큰 인기를 끈 것은 바로 멜로드라마였다. 사회적 성공과 좌절,연애·결혼관의 변화, 세대간 대립 등 전후 사회의 새로운 풍조들을 반영한 멜로드라마가 유래없는 다작현상을 보였다.

당시 멜로드라마로 최초의 히트작은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 1956년 서울 수도극장에서 개봉,45일간 장기 상영되며 1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정비석의 신문 연재소설을 원작으로 대학교수 부인의 탈선을 다룬 이 작품은 성 개방 풍조 등 당시 시대 정서를 담아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켰다. 교수 부인이 바람을 피운다는 내용으로 사회 분위기를 어지럽힌다는 비판자들과 세상이 많이 변했는데 고리타분한 생각은 탈피해야 한다는찬성론자들이 팽팽히 맞서 논쟁을 벌였다.

무력한 대학교수(박암 분)의 부인으로 결국 집을 뛰쳐나가는 여주인공 오선영역으로 신인 김정림이 기용돼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충실한 가정주부였으나 우연이 화교회 모임에 나가게 되고 직업여성으로 '파리양행'의 마담이 돼 온갖 남성의 유혹을 받는 교수부인역을 열연한 김정림은 실제로 다방 마담이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유부인'은 이후에도 1969년 김지미 주연(강대진 감독), 1981년 윤정희 주연(박호태 감독), 1990년 고두심 주연(박재호 감독)으로 영화화돼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감독인 박남옥 감독(경산 하양 출신)이 1955년 발표한 '미망인'은 6·25전쟁의비극으로 양산된 전쟁 미망인의 고독과 삶에 대한 질긴 의욕을 그린 작품이었다. 이민자, 이택균,나애심 등이 출연, 미망인이 죽은 남편의 친구인 이사장의 유혹을 받고, 이사장의 부인과 딸이 젊은 남자를 사이에 두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등 당시 변화된 도덕관념을 반영했다.전쟁영화의 걸작 '피아골'을 발표한 이강천 감독은 1958년 화가와 여자 소매치기와의 사랑을 다룬 '아름다운 악녀'를 선보였다. 한국 페미니즘영화의 시초로 불리는 이 작품은 엄앵란과 김지미를 잇는 여배우 최지희의 본격 주연작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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