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모친상을 당했다. 연휴중이었지만 일가친척뿐만 아니라 평소 아는 여러분들이 문상을 와주어 어머니를 잃은 죄인으로 송구하고 이웃사랑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으로 빚진 자로서의 한해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연히 어머님 장례식에 참석했어야 할 죽마고우인 한 친구가 보이질 않아 슬펐다. 나보다도 공부도 잘 했고 피아노도 잘 치고 노래도 잘 부르며 모든 운동도 잘 했던 그 친구는 돌아가신 어머님도 무척 좋아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친 후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서 근무했고 열심히 살았지만 사업에 실패를하여 몇번이나 내게 돈을 빌려갔고 잘 갚질 못했다. 몇 해전에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내게 제법큰 돈을 빌려달라고 전화가 왔다.
아는 은행에 사정하여 급히 대출하여 온라인으로 송금했지만 아직 그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나도 은행에 그 돈을 갚지 못하고 매달 이자를 내고 있다. 그래서 나의 아내는 그 친구를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그때마다 나는 18년전 내가 대구의 D고등학교 음악선생으로 근무할 때 동료로 있던 윤선생을 생각한다. 소설가이며 국어를 가르쳤던 조그만 키의 윤선생님은 그 당시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는 분이었다.
특히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분이었다. 그런 윤선생님에게 큰일이 닥쳤다. 사업하는 친구를 믿고 자기 집을 담보하여 보증을 했었는데 그 친구가 부도가 나서 교도소에 가게 되었고 아끼던 보금자리인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윤선생님은 친구를 원망하기보다 매주 교도소에 면회가서 그 친구에게 "친구야, 나는 건강하고 직장도 있어서 괜찮아. 너는 재산도 잃고 명예도 잃었으니 어쩌나"하고 같이 걱정하며 위로하시던, 아직도 그 교정에 계실 윤선생님의 착한 모습이 떠오른다.
IMF 한파로 온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때 사업에 실패하고 직장을 잃은 기죽은 우리의 이웃들에게 "친구야, 괜찮아. 힘내"라고 크게 외치고 싶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