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프로젝트 17개 사업중 대부분의 사업은 연구시설 건설 등 하드웨어에 치중돼있다. 이 하드웨어들은 대구 섬유산업이 도약하기 위한 기반 시설이다. 하지만 아무리 하드웨어가 좋아도 운영할 소프트 웨어가 없다면 사상누각이 될 공산이 크다. 밀라노의 경우 산업설비는 물론 패션디자인 학교의 시설은 대구보다 나을 게 없었다. 오히려 나쁜 곳도 많았다. 결국 하드웨어의 문제가아니라 소프트 웨어가 문제인 것이다.
밀라노 프로젝트 각 사업 주체들은 나름대로 사업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사업수행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개략적인 사업계획은 있으나 세부 운영계획은 여전히 미비하다. 그럼에도 검증할 기구도 방법도 없다. 사업계획에서 가장 부족한 부문은 인건비 등운영비 충당계획. 여기에 유능한 운영인력도 태부족이다.
먼저 섬유개발연구원과 신제품 개발지원센터부터 살펴보자. 섬유개발연구원은 산자부.대구시.경북도 등 3개기관으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연구시설 대부분은 산자부 지원금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IMF이후 섬유개발연구원은 운영비를 대폭 삭감당했다. 운영비 절대액을 지원하고 있는 산자부는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산자부는 향후 운영비 지원을 중단할 방침을세우고 있다.
섬유개발연구원의 이러한 관(官)주도 운영구조는 비효율을 초래, 지역 섬유업계로부터 외면당하고있다. 또 유능한 연구인력 확보에도 장애가 되고있다. 지역 학계와 업계는 섬유개발연구원이 도입한 많은 연구설비중 상당수가 사장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설비는 도입했으나 가동할 인력이나 업계의 연구수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학계 일각에선 "연구원들의 연구성과를 관리감독할 능력이 있는 기술직 원장이 필요하다"고강조한다. 원장이 기술적 소양이 없는데다 관주도의 운영구조로 인해 민간 연구소처럼 연구원들을 강하게 채찍질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간부급 연구원들은 개별 연구주제없이 관공서처럼 결재만 하고있는 형편이다. 산자부.대구시의 낙하산 인사도 기존 연구원들의 연구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게다가 섬유개발연구원은최근 5년간 신규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는 신기술 습득 연구인력을보유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러한 섬유개발연구원이 신제품 개발지원센터 건립에 나섰으니 그 사업계획이 제대로 짜여졌을리 만무하다. 지난달 8일 열린 연구원 이사회와 신제품개발센터 추진위원 연석회의에서 직기를대거 설치하는 양산 시스템과 합섬위주의 사업계획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에 섬유개발연구원은 합섬과 천연 섬유 개발비율을 6대 4로 조정하고 직기 도입 대수를 대폭 줄인 수정 사업계획을지난 8일 산자부에 다시 제출, 승인을 받았다.
섬유개발연구원 부설 패션.디자인 개발지원센터 역시 섬유개발연구원과 흡사한 문제점을 안고있다. 임창곤 소장과 김부흥 실장은 패션.디자인 비전문가. 패션실무를 모르는 이들 간부와 연구원들의 호흡 불일치가 노정되고 있다.
패션.디자인 개발지원센터는 초기에 패션디자인,텍스타일 디자인, 패션정보(트렌드) 등 3개 사업에같은 비중을 두었다. 하지만 최근엔 임소장의 주장대로 패션정보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지역 패션디자인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서울의 패션정보업체로부터 받은 정보를 카피하는 수준이란 것은학생들도 모두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패션업계도 패션.디자인 개발지원센터내에 설치할 패션정보실이 서울의 패션정보업체로부터 정보를 받는 것으로 운영하려면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기존 패션업체들의 경우 회원으로 가입, 그 정도 정보는 이미 알고있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패션업계는 "대구 패션업체에 필요한 것은 패션정보보다 봉제 등 생산라인의 기술"이라고강조했다. 하지만 패션.디자인 개발지원센터는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탓인지 봉제분야는 외면하고싶은 눈치다.
섬유개발연구원이 도입한 봉제설비로 봉제실험실을 만들어 운영했으나 적자가 누적되자 사업을포기했던 것. 그 봉제설비는 현재 섬유기술대 학생들의 실습용으로 사용되고 있다.섬유기능대학 역시 367억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이 내려오자 '대학발전계획'을 수립, 학교건물을 신축하고 새장비를 도입할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지역 학계와 업계는 불안한 눈길로 보고있다.직업훈련원 시절의 인력 상당수가 그대로 교수요원으로 남아있는데다 3D업종이란 인식때문에 우수 학생들이 지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섬유기능대학측은 이와 관련 367억원의 예산중 15억원을 절약, 우수 학생 외국연수와 교수교류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염색기술연구소 역시 우수 인력 확보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지역 출신만이 지원, 첨단 염색기술을연구할 인력의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연구소와 염색디자인 실용화센터 및 니트염색가공 개발센터의 운영 및 인건비 마련도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밀라노 프로젝트 사업으로 염색기술연구소와 섬유개발연구원의 사업비를 5년간 보조키로 했으나 5년후엔 대책이 없는 것이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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