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전향장기수에 대해 '준법서약서'를 내지않아도 석방하겠다는 것은 건전한 법의식을 가진 국민들을 매우 당혹스럽게 한다. 정부는 북한에 가족을 둔 미전향장기수들이 준법서약서를 써낼 경우 북한에 있는 가족의 안위(安危)가 걱정되기 때문에 인도적차원에서 준법서약서 제출 없이 풀어주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대북정책의 기조(基調)유지 여부다. 미전향장기수들로부터 과거엔 '전향서'를 받아 석방했으나 이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등 인권문제가 있다는 인권단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법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준법서약서를 쓰도록 석방제도를 바꾼 것이다.작년 8.15특사때부터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인데, 일년도 못가서 준법서약서 없이도 풀어주겠다고바꾼 것은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정부는 작년 봄 당국자간의 베이징(北京) 비료협상때만 해도 상호주의 원칙을 지켰다. 이산가족서신교환 및 면회등의 실현과 비료지원의 동시성사를 추구했던 것이다. 이 원칙에 북한이 등을 돌림으로써 협상이 깨진 전례가 있다.
이제와서 정부는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약속만 하면 비료지원을 할 수 있다는 선까지 후퇴하고 있다. 물론 상호주의원칙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운용하면 남북현안들이 잘 풀리지 않기 때문에 유연성있게 대처해야 한다는 발상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북의 현실은 북의 약속만 믿고먼저 지원하기에는 그간의 남북관계에서 보듯이 북한의 7.4공동선언을 무력화(無力化)시킨 전례등믿지못할 이유가 엄연히 존재해왔다.
정부의 상호주의원칙은 한반도관계국,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과 기조를 맞춰 나가야 하는 미묘한과제인 것이다. 비료협상이나 미전향장기수처리문제와 같이 상호주의 원칙을 자꾸 후퇴시키는 듯한 대북정책은 심각한 부작용을 빚을 우려도 있다.
북한문제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정부의 햇볕정책, 이른바 포용정책이 원칙과 기조를 도외시하면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도 있다고 본다. 미국은 전직 국방장관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앉혀 대북정책을 근본부터 조율하고 있다. 미국은 햇볕정책이란 용어자체를 쓰지않고 있다. '개입정책(Engagement Policy)'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주고 받는 것을 철저히 하겠다는 외교원칙이 깔려있다.
미전향장기수 17명을 김대통령취임 1주년 되는 날에 풀어주는 문제가 정부의 대북정책 일관성상실로 비쳐지는 것은 유감이다. 정부의 확고한 대북정책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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