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어업협정 타결-한국어민 피해

한일 어업협정을 전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실무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우리 어민들은 급격한 변화에 대처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동안 가장 중요한 어장이었던 일본 근해에서의 조업을 하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만 하고, 그마저도 극도의 제한적인 조업만이 허용된다.

무엇보다도 현재 연간 20만여t에 달하던 어획량이 14만9천800t으로 5만여t이나 급감함에 따라 어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어획량 감소

우리어선들의 어획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지난 3년간 우리어선의 일본수역내 조업실적은 어획량을 기준으로 할 때 연간 평균 20만7천119t(1천4백억원 상당)이다. 그러던 것이 앞으로는 연간 14만9천800t으로 5만t 이상이 줄어들었다. 또 일본수역에 입어할 수 있는 척수도 1천611척에서 1천562척으로 감소했다.

반면 일본어선의 한국 수역내 입어조건은 별 다른 변화가 없게됐다고 할 수 있다. 어획량은 현재(약10만t)와 비슷한 9만4천t의 어획량을 할당받았고, 입어척수도 우리와 비슷한 1천575척에 이른다.

우리에게 책정된 어획량을 어종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이 잡아왔던 고등어(6만t)나 오징어(2만1천t) 등은 '기존실적을 토대로 3년간 양국이 동등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정신에 따라 우리 어획량이절반 가량으로 줄어든다. 또 현재 연간 5만7천t 가량을 잡고 있는 명태는 올 한해만 일본해역에서의 조업이 허용되고, 그나마 허용량도 1만5천t으로 급감하게 된다.

그동안 협상과정에서 현안이 됐던 대게자망과 장어 통발저압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의337척에 크게 못미치는 192척만이 입어할 수 있게된 것이다. 게다가 현재 우리 어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저자망을 전면 사용하지 않게됨에 따라 어구손실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발의 경우도 상황이 심각하다. 어민들에 따르면 통발조업의 경우 한척에 7천개에서 8천개의 통발을 달고 나가야 채산성이 맞는다. 그런데 이번 협의를 통해 한척에 달수 있는 통발수를 2천500개로 합의함에 따라 사실상 우리어민들의 일본 수역내 통발 조업이 어려워지게 됐다. 한마디로전 어업에 걸쳐 일본수역내 조업이 크게 위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엄격해진 입어절차

새로운 한일어업협정의 발효로 우리어민들이 가장 현실적으로 걱정해야 할것은 엄격한 조업조건이다. 한일 양국이 합의한 시행지침에 따르면 우리어선들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입어하려면 최소한 36시간전에 일본 수산청에 보고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보고과정이 어업인→시.도→해양수산부→주일한국대사관→일본수산청 등 5단계를 거쳐야 하는 점을감안할 때 어민들은 복잡한 보고절차에 시간을 다 보내야 할 상황이다.

여기에 전날 정오부터 당일 정오까지의 조업실적을 선적지 무선국에 대해 보고해야하는 의무까지추가됐다. 이 보고서에는 조업개시 및 종료시의 위도와 경도, 어구의 투망시간 등을 기재해야 하고 오징어 채낚기의 집어등선과 선망 등선의 경우에는 점등과 소등 시간까지 상세하게 기록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추가됐다.

이와 함께 매 분기별로 일본측에 위판실적을 담은 보고서를 분기가 끝나는 다음달 2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사전 입어신청시 일본측은 자국 수역에서의 조업질서를 위해 선원수첩을 소지한 어선에 대해서만조업을 허용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25t 이상의 어선에 승선한 선원들에게만 선원수첩이발급되기 때문에 그 이하의 어선들은 사실상 일본 수역에서의 조업이 원천봉쇄될 판이다.

▲정부 지원책

정부는 어민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어선 감척사업사업을 확대하고 어장 이동과 전업 등 어업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750억원의 경영안정특별자금을 지원하고 영어자금 상환기간을 1년 연장하는 한편 어업용기자재에 부과되는 부가세 영세율 적용대상 품목을 종전(16개)보다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어장을 옮길 경우 척당 최고 3천500만원의 어구비를 지원하고 올해 확보한 1천250억원의 출어비를 집행하면서 일본 EEZ지역에 출어할수 있는 대상선박규모를 종전40t 이상에서 20t 이상으로하향조정한다. 이외에도 국내외에 새 어장개발을 돕기위해 520억원의 자금이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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