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령화 사회·아늑한 황혼 실버타운(8)

미국 노인들은 "주정부가 맏아들이고 자식들은 둘째 아들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주정부는 아파트를 빌려주고 생활보호비(웰페어)를 주지만 자식에게는 잘 받으면 용돈 정도라는이야기다.

현재 미국은 65세 이상 은퇴자로 수입이 없거나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주정부가 생활보호비를 지급하고있다. 저소득층 노인들은 대부분은 주정부에서 지급하는 생활보호비를 받아 양로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노인복지 부문에 20여년간 일해온 린다(43·여)씨는 "저소득층을 위한 많은구호제도가 있으나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으며, 소수민족에게는 그 혜택이 적다"고 한다.특히 "영주권이 없거나 언어 소통이 불편한 한국 노인들은 복지수혜의 방법과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얻으라고 일러준다.

미국 큰도시에는 양로아파트가 많다.

입주자격은 62세이상 미국 거주 노인. 싼 가격으로 살 수있는 양로아파트는 인기가 매우 높아 신청후 3년정도 기다려야 한다. 미국의 양로아파트는 대부분 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그 이유는 노인들이 외롭지 않고, 자녀들이 자주 찾을수 있기 때문.

양로아파트 건설은 대부분 주정부에서 하고있다. 민간업체가 건설한 양로아파트는 주정부의 관리감독아래 운영하는것이 보통이다. 어디에서 건설하든 양로아파트 이용료는 비슷하며, 관리 및 운영은 주정부의 정기적인 감독아래 사회단체나 민간기업들이 맡고있다.

미국에는 양로아파트등 이른바 혐오시설을 건설하는데 별어려움이 없다. 양로아파트는 이미 타운이 형성된 주택가 한 가운데 들어서기가 일쑤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는 전혀 없다. 주정부에서 허가한 건설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

양로아파트는 대부분 임대형이다. 임대료는 자신의 수입에 30%를 내야해같은 아파트이지만 임대료는 각각 다르다. 부부가 함께 살 경우 임대료는 월 200달러 정도. 케빈씨는 주정부로부터 생활보호비를 신청하지 않고 자녀들이 주는 용돈으로 살아간다며 월 25달러만 관리회사에 지불하고있다. 그러나 임대료 차이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 한번 입주하면 평생을 살수있으며 사망과 함께자동 반환된다. 또한 전기료를 포함한 모든 공공요금은 월평균 20달러 수준.

LA카운티 일본인타운 한 가운데 위치한 '마노'양로아파트를 찾았다. 126가구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노인 150여명이 살고있는 이 곳은 15가구가 부부며 나머지는 독신이다.이 아파트는 복도형의 3층 건물로 곳곳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노인들의 이동에 불편이 없다.아파트 내부 면적은 13평으로 한개의 침실에 주방과 거실이 있다. 또한 화장실과 침대옆에 응급벨이 설치되어 있다.

양로아파트의 노인들은 하나같이 이곳 생활이 즐겁다고 말한다. 스포츠나 여행등 같은 취미를 가진 노인들끼리 서클활동을 하며, 자원봉사자들은 주민자치협의회에 가입하여 주민들의 심부름과불편사항을 해결해 주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아파트 주민협의회 회장 마리나 네자르할머니. "이곳에 살고있는 각국 노인들로부터 매일 세계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것. 특히 한국 노인들의 자식자랑 이야기를 듣노라면 하루해가 모자란다고 말한다.

이곳 양로아파트에는 한국노인이 65명이나 살고있다. 한국노인들은 대부분 LA카운티에 가족들이있으나 노인들끼리 즐겁게 살기위해 이곳에 왔다는 것. 자녀들로부터 눈치 볼 필요가 없으며 호텔같은 분위기에 친구가 많아 좋다고 말한다.

영어는 잘 못하지만 오랜 미국생활로 눈치가 8단(?)이라는 이성록 할아버지는 외국 노인들과의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으며 눈치로 이야기 하는것이 한편으로는 재미있다고 말한다. 뿐만아니라이곳 노인들은 주정부로부터 매월 지급 받는 생활보호비를 아껴 되레 자녀들에게 용돈까지 준다고 한다.

고향이 경북 의성인 주민협의회 부회장 김종홍(70)할아버지. 오랜만에 고향사람을 만났다며 기뻐어쩔줄 모른다. 그는 한국의 경제사정이며, 고향 소식에 질문이 많다. 이곳 노인들은 '무궁화'회라는 친목단체를 만들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있다.

모임의 주된 이야기는 풍요로운 미국이냐? 그리운 고향이냐?로 서로 편이갈려 목청를 높이나 결론은 한국이 좋다는 편으로 기운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노인들은 고향에 애착이 많다는 것. 작별인사를 하자 김할아버지가 눈물을 글썽인다. 고향에 가고 싶다고….

〈安相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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