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위 사랑으로 부자가 된 기분이에요

든든한 안식처였던 엄마의 가출.

100여만원이 넘게 밀린 아파트 관리비와 고기가 먹고 싶다고 조르던 동생 종태(13). 16살 종희에게 비친 세상은 또래 아이들처럼 하늘빛을 띠지 않았다.

이른 새벽 동생과 함께 신문 배달을 하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내던 종희(98년7월23일자 보도)의얼굴이 요즘 많이 밝아졌다.

"신문사 아저씨가 다녀간후 갑자기 부자가 됐어요. 밀린 관리비며 공과금을 한꺼번에 해결했으며이젠 매달 생활비와 쌀을 보내주는 분들이 생겼거든요".

물론 밑반찬을 꼭꼭 챙겨주거나 청소를 해주시는 엄마같은 이웃 아주머니도 몇분이나 된다. 올해여상에 진학하는 종희는 요즘 바쁘다. 유난히 누나에게 불만이 많은 동생 종태를 챙겨주는 틈틈이 복지관에서 컴퓨터와 영어등을 배우기 때문이다.

이들 종희 남매는 겨울 방학이 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복지관에서 실시하는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한 것. 물론 엄마가 가출한뒤 학교에 가서도 말이 없을정도로 그늘이 많았던 두 남매에게 삶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탓이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복지관 누나나 매주 집을 찾아주는 아주머니등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요즘은 기분이 좋습니다. 이젠 종태와 잘 살아갈 겁니다".

아직 세상살이를 말하기는 이른 나이지만 종희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삶의 진리를 깨우친 듯보였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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