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객석에서-영화 쉬리(장석용-영화평론가)

할리우드에 도전장을 낸 한국산 블록버스터(대작영화) '쉬리'는 기존 액션물이 가지고 있던 공식을 깨고 거인처럼 화려하게 한국시장에 등장했다.

우리영화 평균 제작비(10억원)의 약 3배인 28억원이란 돈으로 세계를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은 갸륵하기까지 하다.

영화는 초반부터 관객의 기를 죽이며 끝까지 빛나는 액션첩보물의 진수를 보여준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완벽을 다짐한 이 영화는 할리우드 액션의 정형을 지키면서 토종 정서를 삽입하고 철저하게 상품임을 입증시킨다.

귀납적 미스터리에 압도당한 관객들은 북한 특수 8군단의 테러를 막는 비밀정보기관 OP의 특수요원 유중원(한석규 분)과 이장길(송강호)의 활약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또한 북한 여자침투원 이방희(김윤진)와 특수 8군단 대원 박무영(최민식)의 잔혹한 대량 살상에 코리안 액션의 현주소를실감한다.

의문의 피살이 이어지고 치열한 전투속에, 사무실 금붕어 뱃속에 들어있는 도청기. 가닥을 잡은이장길. 수족관을 무대로 펼쳐지는 유중원과 이명현의 러브스토리. 결국 여자침투원 이방희가 이명현과 동일인물인 사실이 밝혀지고 유중원과 이방희는 적이자 연인으로 총을 겨눈 숙명적인 전투를 벌인다.

신소재 특수폭탄 CTX 탈취 등 재미있는 볼거리로 가득한 '쉬리'는 한반도 1급수에만 산다는 토종 물고기 쉬리의 신비함만큼이나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 영화가 산업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홍콩영화들에서 흔히 보아왔던 무차별 총질과 '다이하드'와 유사한 상황 설정은 치밀한 인간 심리 묘사에 주안점을 두고 있지 않다. 여백이 없는 사운드, 컴퓨터그래픽의 사용으로 전투장면의리얼리티를 강조하고자 하는 점 등 볼거리 그 자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할리우드의 사생아일 뿐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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