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꽃제비들의 슬픈 도강

1.4후퇴 때 가족과 생이별하고 월남한 최석호(가명.75)씨가 1월말 아들이 북한을 탈출, 중국 조선족 마을에 머문다는 소식을 듣고 단숨에 찾아가서 만났다. 그러나 꿈에도 그리던 아들까지 이산가족이 될 수 없다고 가출한 아내를 찾아 가정을 잘 꾸리라며 함께 살고 싶다는 애원마저 뿌리쳐야 했다. 부자가 부둥켜안고 통곡한 뒤 아버지의 설득대로 아들은 국경경비대와 공안에 뇌물을 주고 보따리장사 틈에 끼어 다시 두만강을 건넜다. 이같은 사연을 비롯 병든 홀어머니의 먹을거리를 구하려고 150리길을 걷고 두만강을 건너 구걸한 빵과 보리개떡을 소중히 싸들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꽃제비 소년 형제 이야기 등은 분단의 아픔을 새삼 뼈저리도록 느끼게 한다. SBS TV는 이같은 탈북 동포들의 아픈 사연을 담은 르포 '그것이 알고 싶다-꽃제비들의 강타기'를 오늘(20일) 밤 10시50분에 방송한다. 북한의 식량난이 시작된 이래 지난 몇년간 수만명의 동포가 북한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신변 불안과 궁핍 때문에 국제적 유민(流民)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공안당국은 지린(吉林)성 일대에서 대대적인 탈북자 체포에 나서 160여명을 강제 송환했다고도 한다. 강제 이송 중에는 세살짜리 어린이도 있었다니 만주벌판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광경이 눈에 선하다. 최근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프리덤 하우스'가 북한을 정치적 자유와 시민의 자유가 없는 '최악 중의 최악의 나라'로 분류한 데서 보듯 '꽃제비들의 강타기'는 계속될 것이다. 자유와 먹을 것을 찾아 목숨까지 거는 이들 탈북 동포들이 강제 송환되는 것은 인도주의에도 어긋난다. 정부는 이들의 절박한 인생과 인권을 보호하고 자유의 땅에 데려오기 위한 적극적인 외교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때가 되지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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