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월급의 3분의1을 문화생활에 투자해요. 한국 사람들보다 더 한국문화를 즐기는 것 같아요. 가만히 들여다보아야 보이는 한국문화가 너무 좋습니다. 그런데 막상 최근 그 문화의 현장들이 마구잡이로 파괴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벽안의 프랑스인 신랑 보띠에(44·평화발레오 이사)와 두아들 빅토(11) 율리스(7)와 대구생활을 즐기는 윤혜정(42·대구시 남구 봉덕동)씨는 먹는 것과 주거비를 빼면 전부 문화비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화생활을 즐긴다. 그것도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즐기는게 아니라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다함께 향유한다.
직장과 일에 남편과 아빠를 빼앗긴 한국가정에서는 도저히 생각해볼 수 없는 현상이다. 매주 토요일이면 온가족이 성서로 사물놀이를 배우러간다.
붙임성이 좋고 우리말을 잘해서 한국학교에 다니는 율리스는 장구를, 한국말이 서툴어 미국인학교에 다니는 빅토는 꽹과리를 잡는다. 아빠 보띠에씨는 북채를 잡고, 엄마 윤혜정씨는 장구를 잡는다. 이들이 둥그러니 둘러 앉으면 어디선지 신명이 살아난다.
다들 사물놀이를 즐기지만 빅토는 특히 사물놀이에 심취한다.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꽹과리만 잡으면 집중력이 살아나고, 가족 사물패를 리더한다.
"프랑스에서 한국의 사물놀이패 공연에 갔었는데, 남편이랑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배우고 싶었는데, 3년전 대구로 부임해오면서 실천에 옮겼어요"
외국인 장기자랑에서 큰상을 받기도 하고, 대구국제여성회에서 초청 공연을 갖기도 한 윤씨 가족은 사물놀이를 통해 가족간 사랑도 다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제 친구들이 사물놀이를 배우고 싶다고들 하지만 남편의 협조가 없어서 못한다고 그래요. 한국의 남편들은 왜 가족과 함께 하지 않는 거죠. 아버지들은 어디에 있어요?"
그러나 윤씨의 대구생활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살때는 예술의 전당에서 늘 문화의 향기를 접할 수 있었고, 나름대로 격조를 갖춘 음식점들도 찾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그런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아쉽다.
문화도시, 교육도시라던 대구의 명성을 하루빨리 되찾기를 바라는 윤씨는 착하지만 환상적인 '달나라시인' 빅토, 모든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뭐든지 부수고 조립하는 율리스와 함께 대구생활을 즐긴다.
"남편이 건천에서 석굴안에 든 부처님을 발견하고는 혼자서 제3석굴암이라고 이름붙여 놓았어요. 정말인지 한번 확인하고 싶어요"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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