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김찬석논설위원)-'신지식인' 운동

IMF탓인지 나라안이 온통 경제살리기 운동이요 돈 타령뿐이다. 신문.방송은 벤처기업가 누구는 얼마를 벌었고 축구선수 △는 얼마에 스카우트됐다고 연일 대서특필인가 하면 사람들은 돌아서면 주식과 부동산 얘기로 화제만발이다.

마치 전국민이 인간도 나라도 잊은듯 돈.돈 하며 사는 것만 같은 요즘이다. 경제가 바닥난 처지에 돈 타령 않게 됐느냐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왠지 돈에 매달려 허둥대는 우리들의 모습은 스스로가 돌아봐도 야박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인간에게는 희생, 봉사, 사랑 등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값진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도 돈만 있으면 모든것이 제대로 굴러간다고 믿는것만 같은 각박한 세태가 어쩐지 불안스런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내놓은 신지식인 운동은 우리를 더욱 헷갈리게 한다. 21세기의 바람직한 인간상(像)이라면서 정부가 거창하게 제시한 신지식인은 '지식을 활용해서 부가가치를 창출 하거나 새로운 발상으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돈 잘 벌어야 지식인(?)

정부.관계자는 신지식인이란 새로운 발상과 기법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사람이라고 굳이 설명한다. 그러나 듣기에 따라서 이 말이 돈 안되는 지식은 지식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나만의 편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미 기초학문을 하는 지식인들이 "기초학문은 지식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반발하고 있고 일부 매스컴도 신지식인 운동이 자칫하면 경제와 연관되는 특정분야만 우대하는 결과를 낳을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신지식인론에는 아무래도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것이다.

실상 요즘 TV에서 한창 뜨고 있는 '번개 아저씨'가 바로 정부식 기준으로 보면 어김없는 신지식인이다.

그로부터 배울점이 많다는 것을우리는 안다. 그러나 머리띠에 철밥통을 들고 뛰는 그를 두고 누가 지식인이라 부를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찬란한 이 문명은 돈 안되는 꿈을 꾸는 몽상가들이 그 기초를 닦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유인력은 사과나무 아래서 생각에 잠기곤 하던 뉴턴 덕분에 발견됐다.

또 밤마다 천상의 별을 헤아리던 계몽 시대의 철학자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고등수학(數學)은 생겨나지조차 못했을 것이다.

어찌보면 당장 경제와는 관련이 없어보이더라도 끝없이 파고드는 그런 사람에 의해 오히려 사회가 발전하고 국가 진운이 열린다고 믿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식의 신지식인론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지식인이란 비판정신과 합리적 정신을 바탕으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정부가 신지식인으로 내세우는 사람들-이른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농산물 판매량을 늘린 농민같은 유형은 지식의 기사(技士)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지식인은 아니라 생각된다.

우리에겐 이들 유능한 지식 기능인도 물론 필요하다.

##정권의 독선.오만

그렇지만 경제 살리기에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신지식인이란 생소한 인간 유형을 내세워 가뜩이나 환란의 고통속에 주눅이 들어있는 지식인들을 맥빠지게 만드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생각도 든다.

아니 그보다는 어느날 느닷없이 "너희들은 지식인이고 너희들은 아니다"식으로 단정해 버릴 수 있는 이 정권의 지적(知的)오만과 독선의 권위주의가 더욱 두려운 것이다.

DJ집권 1년에 이미 한일어협, 국민연금파동 등 잘못도 적지 않지만 어느것 한가지 선뜻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변명과 강변이 많은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독선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미루어 DJ는 준비된 대통령일는지 몰라도 측근들은 전혀 아니란 느낌이다.

지식인은 사회의 소금이다.그런 존재를 돈벌어 들이는 도구 정도로 인식한대서야 될 일이 아니다.

돈을 전혀 모르면서 세상사를 논하는 것만큼 무책임하게 보이는 것도 없다.그렇지만 말 끝마다 돈 타령만 하는 것도 천박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돈(경제)소중한 것을 알되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함께 따지며 미래를 열어가는 사람-이들이 바로 21세기의 주역이자 신지식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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