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삼심일체

이 땅의 작은 자를 섬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빈민 공단지역에서 목회한 적이 있다. 처음엔 의욕도 앞서고, 확신도 있었지만 몇년이 지나면서 그냥 의무감으로 주어진 일에 수동적으로 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더 이상 그렇게 자신과 공동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 교회를 사임하고 지금은 자원봉사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요즘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다시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숱하게 하곤 한다.

문제는 타성이다. 어느 새 발동된 타성에 의해 무감각해지고 이해관계에 얽히며, 그것이 정치적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되면 삶과 현장이 괴리된채 매우 추한 모습으로 변해갈 수 있다. 그러한 가능성이 우리 모두에게나 열려 있다. 바로 이런 이유때문에, 미래를 일구어 나가는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을 재점검해 보는 관조(觀照)의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여긴엔 무엇보다도 일심(一心)과 열심(熱心), 그리고 중심(中心)이 어우러지는 삼심일체(三心一體)가 있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일심'이란 한마음이란 뜻도 있지만 일에 대한 열정(事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열심'은 창조적인 정열이 식을 무렵이면 어김없이 쳐들어 오는 온갖 유혹에 대항하는 힘이다. 그러나 아무리 일심으로 한마음이 돼 한 방향으로 일관성있게 일을 만들고 열정적으로 참여하지만 일의 성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한계상황이라고 여겨질때 우리는 흔들리고 지치기 쉽다.

바로 이럴 때 우리를 잡아주는 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고 그 희망은 우리의 '중심'에서 온다. 우리는 자기의 삶에 대해 온갖 그림을 그리며, 하루에도 열두번씩 만리장성을 쌓고 또 부순다. 그 만큼 삶이 혼란스럽고 어렵다는 증거다.

하지만 그 삼심일체에서부터 다시 일어서는 능력을 얻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우리의 신앙에 달려 있기도 하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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