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쌍칠로 맞은 제77회 어린이 날. 한 소년의 손을 잡고 문방구에 갈 수 있었다는것 그 자체가 꽤 큰 행운이었다.
그러나 문방구에는 더 큰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년에게 딱 한가지만 고르자고 했다. 문방구에 들어 선 소년은 다짜고짜 계산대 앞에 놓인 작은 상자로 갔고 거기서 뽑기를 했다.
쪽지 같은 종이가 가득 든 상자에서 하나를 뽑은 소년은 그 종이를 펴 주인에게 내밀자 물이 든 콘돔같이 생긴 고무제품을 줬다. 미끌이라는 상품이었다.
소년은 뽑기 어려운 꽤 괜찮은 상품이라고 했다. 행운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 인상이 좋지 않았든지 망설이는 투였다. 소년의 의견을 들을 틈도없이 다른것으로 교환해 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주인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조잡한 악어 한 마리를 대신 내주었다. 소년은 악어가 싫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저 쪽 구석에는 또래의 소년 두엇이 바닥에 비좁게 주저앉아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저들끼리 키득거리며 오락에 열중이었다.
고물오락기의 스틱을 거칠게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문방구에는 오색의 아름다운 연필이나 공책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문방구들이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 소년과 비슷한 많은 어린이들은 어떤 문방구가 무슨 역할을 하고 있다는것 쯤은 잘 안다.
이런 문방구들이 어떻게 어린이들에게 홍보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린이들은 귀신같이 잘 안다. 어떻게 잘 알 수 있을까? 간단하다.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여론이라는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그런 여론.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분명히 잘 알 턱이 없다. 어린이 세계에서도 살필 수 있는 여론. 얼마나 무서운가. 무서운 여론. 여기에는 한 치의 트릭이나 꼼수가 있을 수 없다.
국정도 이런 식으로 하면 달리 홍보할 필요가 없다. 여의도에서 정권마다 되풀이 되는 난투극도 기실 의원들이 신문이나 TV에서 차기를 겨냥한 얼굴 내밀 요량에서 벌어졌다면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다.
여전히 비틀거리는 국민연금 파동을 행정부의 홍보부족 탓이라고 할 필요도 없다. 동강댐 문제에 대해서도 이랬다 저랬다 조변석개식 지시도 필요 없다.
물론 국정홍보처도 신설할 필요가 없는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새로 생긴 그 자리를 두고 밥그릇 싸움만 하겠다면 별개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위정자들에게는 왜 문방구처럼 미끌이 하나로 가만히 앉아 해결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을까.
요즘처럼 말 많은 세상에 정부가 그 많은 말들을 정리해 정확히 분석하고 새로 만들것은 만들고 좋고 나쁜것을 가려 정리해 다시 국민들에게 알리기에는 솔직히 국정홍보처로도 부족하다.
그 때문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반대해 왔다. 숱한 그 반대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정부가 의지를 세워 만든것에는 무슨 이유가 있다.
더군다나 김대중대통령은 야당시절 당시의 공보처가 언론을 장악하고 심지어 관리해 권위주의 정권의 상징이라며 몰아 붙인지가 고작 몇해 전인가. 대통령이 된 후 이를 과감히 폐지한지 겨우 1년을 넘겨 다시 명찰만 바꿔 부활했다.
그것은 언론이 가진 여론에 대한 단순한 정부의 불만에서 기인한다. 아무리 언론에 대한 정부의 불만이 크다해도 국정홍보처를 만든것은 잘한 일일 수 없다.
설마 미끌이 같은 여론이라도 여론 스스로 여과될때 까지 언론에 맡겨야지 마치 정부가 교통정리라도 할량이면 그건 국정홍보를 위한 최악의 선택이 될 수밖에 없을것임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부활전에는 제법 요란을 떨더니 막상 여의도를 지나니 이상할 만큼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있다. 결코 밥그릇 싸움을 하라고 만든것만은 아닐텐데도 말이다. 또한 벌써부터 한번씩 오르내리는 레임덕때문만도 아닌것 같다.
사마천이 '도덕경'의 난해함을 '사기'에서 지적하면서 그 표현이 미묘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고 그 결과 각자 깨달음의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풀이되고 해석되어 왔던 그런 효과를 노린것일까? 천만에.
김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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