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젠궈먼와이(建國門外) 외교단지에 있는 미국대사관 부근에서는 9일 밤 늦은 시간까지 성난 시위자들의 돌팔매질과 항의 구호가 계속됐다.
미국대사관 구내는 쓰레기장처럼 변한 앞뜰과 정문을 제외하고는 전등이 완전히 꺼진 채 돌팔매로 유리창 대부분이 깨졌으며, 북향인 정문에서 앞뜰을 건너 10m가량 떨어져 있는 벽면은 잉크병을 얻어맞은 듯 검은 색과 붉은 색으로 얼룩졌다.
아침부터 미국대사관 부근으로 몰려 들어 시위를 벌이던 베이징 시내 각 대학의 학생들이 돌아가고 어둠이 내리면서 길이 좀 트이자 경찰은 사람들의 발길을 막지 않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미국대사관 앞에서 돌팔매질을 하거나 구호를 외쳤다.
미국대사관 앞에 모인 사람들은 누군가의 돌팔매로 시멘트, 벽돌조각 등이 대사관 건물의 유리창이나 출입문 등을 맞추어 '쿵'하는 소리가 날 때마다 떠나갈 듯한 박수와 함께 환성을 지르기도 했다.
밤에 미국대사관을 찾은 사람들 중에서는 대학생 외에 미국인 등 외국인 유학생, 어린이를 데리고 나온 시민, 데이트족 등도 눈에 띄었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일본인 유학생 2, 3명은 몇차례 돌팔매질을 한 후 자리를 떴다.
경찰은 이날 오후부터 시위행렬이 미국대사관 앞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가 남쪽 길로 내려간 다음 다시 서쪽으로 가도록 하는 '여우싱다오(遊行道·시위행렬 통과도로)' 표지판을 세워 놓고 이 길로만 통행하도록 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부주석이 외국공관 인원들과 외국인들을 보호하겠다고 밝힌 때문인지 미국대사관 부근에는 경찰력이 대폭 증원됐고, 특히 정문 앞은 철모를 쓴 무장경찰이 겹겹이 둘러싸 대사관 난입과 같은 의외의 사태에 대비했다.
그러나 미국대사관 앞에 이른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든, 돌팔매질을 하든 경찰은 이를 제지하지 않은 채 어느 정도 시간이 됐다 싶으면 "앞으로 갑시다, 앞으로 갑시다"하면서 이들이 자리를 뜨도록 만들었다.
법률의 규정에 부합되는 모든 항의활동을 지지, 보호하겠으나 법에 따라 질서있게 그러한 활동을 진행해야 한다는 "후 부주석의 담화 내용을 철저히 관철한다"는 뜻인 것으로 보였다.
낮 시위자들은 각종 구호판과 플래카드를 도로 주변 화단 철책에 걸어놓아 무언의 항의를 표시했으며, 일부 시민은 전신주에 이번 사건 희생자인 기자들의 사진을 붙여놓고 간이제단을 만들어 촛불과 담뱃불로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중국의 어머니 날(母親節)인 이날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청두(成都) 등 전국의 20여개 주요 도시에서는 최저 1만여명에서 최고 10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 피폭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편 미국, 영국 대사관을 주축으로 설립된 북경국제학교(ISB)는 학생들에게 당분간 등교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