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쿠다가와상 수상 하나무라 만게츠 '게르마늄의 밤'

"독자가 원하든 말든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겠다"며 소신있는 글쓰기를 강조한 일본 작가 하나무라 만게츠(花村萬月).

-중졸 학력에 우유배달원, 바텐더 등 온갖 직업을 전전. 10대에 약물에 탐닉했고 20대에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 오토바이로 일본 전역을 떠도는 방랑생활을 하다 여행을 기록한 '여행일기'를 잡지사에 투고, 상금을 받으면서 글쓰기를 시작. '갓 브레스(God Bless)이야기'로 제2회 '소설 스바루'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 '개월(皆月)'로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상' 수상-

소설가로서 특이한 전력을 가진 하나무라의 신상명세서다. 지난해 하반기 제119회 아쿠다가와상 수상작인 그의 소설 '게르마늄의 밤'(씨엔씨미디어 펴냄)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도착적인 성과 잔혹한 폭력, 종교에 대한 야유 등 금기시되는 내용을 담은 문제작. 일본 시사월간지 '문예춘추'지가 '문학이야말로 기존 가치의 파괴자라는 원리를 증명했다'는 평가를 내린 소설이다.이같은 내용때문에 이 소설은 흔히 순수문학이라는 정상 궤도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이자 '일탈문학'으로 읽힌다.

소설의 무대는 도쿄근교의 수도원. 주인공 로우는 아무런 이유없이 살인한후 유년시절을 보냈던 이 수도원으로 피신해 있다. 로우에게 수도원은 금욕적이고 조용한 공간이 아니라 피와 향냄새가 뒤섞인 폐쇄된 사회다.

수도원에 머무는 대가로 수도원장에게 변태적 섹스를 제공하는 로우는 수녀를 범하고 매일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한다.

모든 감정의 본질은 반복에 있다고 생각하는 로우는 성행위 동작과 같이 반복되는 기도도 쾌감을 가능케하는 것이라며 스스로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작가가 로우의 일탈된 행위를 통해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하는 것은 사실 언어의 배후에 숨어 있는 신에 대한 혐오감에서 오는 것'이라는 소설내용에서 감지되듯 현대 종교의 위선과 이중성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 하필 섹스와 폭력, 종교를 연계시킨 것일까. 언어탈락 현상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작가는 이 세가지 모티브를 축으로 무한하고 절대적인 것이나 지극한 아름다움, 충격 등에 말을 잃어버리는 언어탈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에는 성직에 대한 모독과 치열한 섹스, 모순에 가득찬 폭력이 묘사되고 있지만 그가 종교의 근본에 대해 깊이 사색하고 있다는 징표가 주인공들의 터무니없는 성과 폭력, 신성모독속에 은밀하면서도 명백한 언어와 느낌으로 깔려 있다.

하나무라는 이 작품에 대해 종교에 대한 야유나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형식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신을 찾아 나가는 긴 과정을 그린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소설을 통해 독자를 건강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오히려 우울하게 만들려는게 나의 소설 창작 전략이다"라고 말할 만큼 그의 소설에 대한 태도는 자못 역설적이다.

'대리배설'이라는 논리로 무장한 국내 소설가들의 작품과 '게르마늄의 밤'을 비교해 읽어보면 성을 매개로한 문학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성(性) 자체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성과 폭력이 엔터테인먼트의 한 변형으로 가볍게 다뤄지고 있는 점이 다르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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