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의 포인트-'단체장 출마금지' 위헌 결정

'지방자치단체장이 임기중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제53조 3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7일 위헌 판정을 내린 것이 당장 내년에 치러질 총선에는 어떤 파장을 몰고 올까.

이 위헌 판정으로 구청장.시장.군수 등은 총선일(2000년 4월13일) 60일 전인 2월 13일 이전에 사퇴만 하면 국회의원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선거구제 변경 여부로 가뜩이나 불투명한 총선 구도에 유력한 잠재적 후보군을 대량으로 배출하는 등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관내에 두세 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리고' 있는 거대 기초 자치단체장의 경우 선거구가 확대될 경우 소지역을 지역구로 관리해 온 국회의원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것이 분명하다. 대구의 동.서.북.수성.달서구와 경북지역에서는 포항.구미.경주.안동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게다가 단체장의 경우 연간 어마어마한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고 거대한 행정조직을 휘하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선거 때만 가동되고 그것도 돈이 들어가야 움직이는 '공중전화'와 같은 조직에 의존하는 국회의원들과는 경쟁이 안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측면이다. 정치인들은 국회의원이나 출마 예상자는 상시 제한 규정에 묶여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면 득표활동을 제대로 할 수도 없는 선거법을 감안한다면 단체장은 상대적으로 거의 무제한의 운동을 허용받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일부 단체장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위헌제청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이 지역 국회의원들은 그같은 단체장들의 총선 출마를 막기 위해 반대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내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자연히 헌재 결정에 대한 반발도 서울.수도권 의원들에게서 가장 강했다.

그러나 대구.경북에서는 내년 총선에 당장 우려할 만한 숫자의 단체장 사퇴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구의 한 두 군데가 단체장의 총선 출마 가능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위헌 판정에도 불구하고 평온하다. 국회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과 단체장이 대부분 같은 정당이고 지난 6.4지방선거 과정을 통해 단체장들이 공천과정과 선거전에서 그들로 부터 막대한 정치적 채무를 졌다는 점도 단체장의 출마 결심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도 "지역의 경우 당의 공천이 당선을 위한 절반의 보증수표와 다름없다는 점에서 공천 보장없이 단체장들이 출마를 결심하기 어려울 것이며 또 단체장 선거에 도움을 받고도 배신하는 행위를 감히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선거법 개정에 따른 선거구제 변화, 단체장 본인의 결심이 불분명한 점, 정치상황 등 총선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단체장들의 출마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들은 단체장들이 당장 16대 총선은 아니더라도 이후 언제라도 자리를 넘보고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새끼 호랑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위헌 결정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만은 틀림없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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