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사람은 살아가면서 흔히 '괴롭다' '슬프다' '못살겠다'라고 표현하는 여러 정황(情況)을 체험할 수 있다. IMF사태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래의 예문에는 여러 가지 고난에 대처하는 다양한 인물형이 묘사되어 있다. 이들 인물형과 삶의 태도를 이해한 바탕 위에서, 현재 좌절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논설문을 작성해 보시오. (문학작품이나 역사에 등장하는, 고난에 대처한 다른 인물의 예를 곁들일 것)
(가) 일제 때 징용(徵用)에 끌려가서 팔 하나를 잃은 농부가 있었다. 전쟁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그의 삼대독자 아들이 군대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터질 듯한 기쁨을 안고서 정거장으로 마중을 나갔다. 그런데 열차에서 내린 아들은 양쪽 겨드랑이에 지팡이를 끼고 있고, 바람결에 한쪽 바짓가랑이가 펄럭거리는 것이 아닌가. 서로 기가 막혀서 인사말도 하지 못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논두렁길로 접어들었다. 지팡이를 짚고 기우뚱기우뚱 앞서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농부는 팔뚝 하나를 흔들며 느릿느릿 따라갔다. 술 석 잔을 거들빼기로 해치워서인지 뱃속이 우글거리고, 다리가 휘청거린다. 개천 뚝 가까이 와서야 아들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아부지. 이래 가지고 나 우째 살까 싶습니더"
"목숨만 붙어 있으면 다 사는 기다. 그런 소리하지 마라"
"……"
"나 봐라, 팔 하나 없어도 잘만 안 사나. 남 보기 좀 덜 좋아서 그렇지"
"차라리 아부지같이 팔 하나 없는 편이 낫겠어예"
"안 그렇다. 걸어서 댕기기만 하면 뭐하노. 손을 제대로 놀려야지"
"그럴까예?"
"그렇다니까. 이제 집에 앉아서 할 일은 니가 하고, 나댕기며 할 일은 내가 하고, 그라면 안 되겠나? 그제?"
농부는 돌아보는 아들의 얼굴을 향해서 지그시 웃어 주었다. 개천에 이르자 농부는 하나밖에 없는 팔을 뒤로 내밀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다리를 꼭 안아 업고는 다리를 건넜다. 아직 술기운이 약간 있었으나, 용케 몸을 가누며 외나무다리를 조심조심 건너는 것이었다.
〈하근찬, '수난이대(受難二代)'에서〉
(나) 문 : 이름은 무엇인가?
답 : 전봉준이다.
문 : 직업은 무엇인가?
답 : 선비로 업(業)을 삼고 있다.
문 : 너는 전라도 동학의 괴수였다는데, 과연 그런가?
답 : 애당초 의롭게 일어난 것이지 동학 괴수라고 칭한 바 없다.
문 : 너는 수탈의 피해를 당하였는가?
답 : 나야 아침 밥 저녁 죽으로 사는데 수탈 당할 것이 있겠는가?
문 : 너는 피해가 없으면서 어찌 난을 일으켰는가?
답 : 일신상의 피해 때문에 일어난다면 어찌 사내의 일이라 하겠는가? 세상이 날로 잘못되어 가는 고로 개연히 한 번 세상을 건져 볼 뜻이 있었다.
문 : 어떤 계책으로 탐관오리를 제거하려 했는가?
답 : 별다른 계책은 없었다. 백성을 편안히 하려는 마음이 간절하여 관리의 탐학(貪虐)을 보고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저지른 일이다.
〈전봉준의 공초(供招)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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