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 남북 함정간 교전이 있은지 하루만인 16일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발표, 남한측 인사들의 평양방문과 접촉을 잠정 제한 또는 중지한다고 밝혀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우선 북한이 서해상의 남북 함정간 교전을 군사적 문제로 삼기를 스스로 바라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경제나 사회, 문화 등에 국한된 남북간 문제로 비중을 떨어뜨렸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남북간 교전이 발생하기에 앞서 지난 11일 남북간 대치상황과 관련해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성명을 발표, 남한측에 △남한 전투함정의 즉각적인 철수 △남한당국의 사죄 △결과에 대한 전적인 책임 등 3개항을 요구했다.
남북 함정간 교전으로 북한 어뢰정 1정이 침몰하고 4척의 경비정이 대파된 긴장된 상황에서 볼 때, 그 후속반응은 인민무력성과 같은 군 관련 기관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돼 왔다.
그런데 대남전위기구인 조평통에서 성명을 발표했다는 것은 북한이 이번 교전사태를 군사적 문제로 삼지 않고 남북간 문제로 비중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조평통에서는 지난 96년 9월 잠수함 및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대변인 성명이나 담화 등을 발표해 왔던 사례가 있지만 이번처럼 후속반응을 직접 취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북한 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관계자들과 양측간 경제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평양에 들어간 삼성그룹 대북경협단의 성과, 현재 남북간에 추진중인 현대 남녀농구단의 북한방문 친선경기 등에 암운을 던져주고 있다.
조평통 대변인 성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오는 21일로 예정된 베이징(北京) 남북 차관급 회담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대변인은 이 성명에서 "북남 사이의 화해와 협력의 기운이 무르익어가고 당국사이의 대화가 눈앞에 박두하고 있는 때에 남조선 통치배들이 갑자기 서해상에서 전쟁의 불씨를 튀기고 있는데 대해 특별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차관급 회담을 말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그러나 결론은 "우리는 남조선 괴뢰들에 의해 조성된 엄중한 사태와 관련해 당분간 남측 인원들의 평양방문과 접촉을 제한 또는 중지한다는 것을 엄숙히 천명한다"로 끝났다.
결국 북한은 이번 사태를 베이징 남북 차관급 회담과는 별도로 취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성명을 발표한 조평통에는 남북 베이징 차관급 회담을 성사시킨 전금철 부위원장이 있어 베이징 남북 차관급 회담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예컨대 북한은 차관급 회담을 앞두고 '협상력 제고'와 '피해보상'을 위한 명분쌓기의 일환으로 이번 조평통 성명을 발표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이 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발표한 것은 단지 엄포용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군사적 문제에 대해 군사기관을 내세우지 않고 대남전위기구인 조평통을 내세웠다는 점은 "결국 체면용인 엄포 공세"라는 것이다. 또한 남북간 교전이라는 긴박한 상황을 내세워 김정일 총비서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사상이완을 방지하고 체제결속을 꾀하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조평통 대변인이 성명에서 "괴뢰들의 이 엄중한 군사적 도발은 미제가 북침전쟁각본인 작전계획 5027을 더욱 호전적으로 개정 완성하고 조선반도 유사시를 가상하여 유고슬라비아에서 그 실현을 위한 예비전쟁, 시험전쟁을 결속한 것과 때를 같이하고 있다"고 주장한 대목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상황을 5027-98작전계획과 종식된 유고사태의 연장선에서 이번 남북 교전을 취급함으로써 사태추이를 더 지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여운을 던진 대목으로 볼수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주진우, 김민석 해명 하나하나 반박…"돈에 결벽? 피식 웃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