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BS이산가족찾기 방송 6쌍 극적 상봉

"몇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형님의 이름을 부르며 돌아가셨는데 이렇게 형님을 찾게 되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17일 밤 KBS-1TV의'특별생방송-남과 북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50여년 전에 헤어졌던 남과 북의 이산가족 6쌍이 극적으로 상봉했다.

부산에 사는 조익환(56)씨는 북한에 사는 형님이 중국 동포를 통해 KBS로 보내온 편지를 보고 즉시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편지의 주인공이 50여년 전 서울에서 헤어졌던 형님이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씨는 "편지에 씌어진 아버지와 어머니 이름을 보고 형님이라는 사실을 직감한 순간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며 "아버지는 오래 전에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3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큰 아들인 형님을 가슴에 묻고돌아가셨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부산에 사는 지왈정(73)씨는 중국으로 탈출, 중국 교포의 보호를 받고 있는 조카 지모(여)씨가 교포 박성준씨의 주선으로 KBS로 걸어온 화상전화를 통해 50여년만에 조카와 극적인 상봉을 이뤘다.

함경북도가 고향인 지씨는 할아버지 이름과 동생의 나이 등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통해 자신의 조카가 확실한 것으로 확인되자 "맞다, 맞아"라고 외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또 이날 우영구(59)씨는 방송을 통해 북에 있는 조카가 보내온 편지를 보고 어머니가 꿈에도 그리던 형님이 지난 88년 사망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우씨는 지금 중국에 머물고 있는 조카와의 전화통화에서 "형님이 8남매중 장남이었는데 얼마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형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돌아가셨다"면서 "비록 형님은 돌아가셨지만 하루빨리 조카와 만나 혈육을 찾고 싶다"고 울먹였다.이밖에 이날 프로에서는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이봉(71) 할아버지가 중국에서 46년 월남한 지 53년만에 여동생(51)을 상봉하는 감격적인 장면이 화상전화를 통해 방영되는 등 모두 6쌍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는 북한에서 편지를 보내온 사람들의 신변보호를 위해 당사자들의 이름과 나이를 공개하지 않는 등 운영상의 고충을 드러내기도 했다.

KBS의 이산가족찾기 방송은 오는 24일에도 밤 10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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