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옷로비 청문회-참고 메모 보며 치밀한 답변

국회 법사위의 '옷로비' 진상조사에 23일 증인으로 출석한 강인덕 전 통일장관의 부인 배정숙씨는 이번 청문회에 대비, 변호사와 예상질문서를 작성하는 등 상황별로 철저한 예행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이날 법무법인 '천지인' 소속 변호사 박태범(朴泰範)씨와 함께 출석, 시종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민감한 질문에는 현장에서 박씨와 협의해 답변하는 등 좋지않은 건강상태에도 불구,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넘어까지 진행된 긴신문 내내 시종 치밀한 답변 모습을 보였다.

특히 배씨는 '답변시 유의사항' 및 옷로비 사건 관련자들과의 관계, 날짜별 의상실 출입상황 등을 정리한 A4용지 4장 분량의 '참고메모'를 펼쳐놓고 신문에 임해 눈길을 끌었다.

메모는 답변시 유의사항으로 △예, 아니오 등 간단하고 단호한 어조로 대답할 것 △본인에게 해당되는 사항만 얘기할 것 △항상 누구를 만났을 때에는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던 것을 상기시킬 것 등을 주지시키고 있다.

특히 '절대로 설명하려 하지말고, 손을 만지작하는 행동을 하지말며, 간단명료하게 강한 어조로 말할 것'이라면서 자신있는 태도를 통해 주장을 분명히 전달하도록 조언하는 문구가 굵은 고딕체로 강조돼있다.

이와함께 곤란하거나, 익히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비오는 날 우산을 준비하라는 말은 평범한 말을 확대해석한 것 같다 △검찰조사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당한 조사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이후 별도로 정리해놓은 것이 있으니 찾아보고 있으면 서면으로 제출하겠다는 등을 준비해놓기도 했다.

또 라스포사의 경우 98년 12월 9, 11, 14, 19, 22, 26일 등 날짜별로 가게된 경위와 동행자를 정리해놓고, 간 이유를 '물건을 싸게 판다는 소리를 듣고 갔다'는 등으로 답변하도록 하는 등 '호화사치' 이미지 불식에 신경을 쓰기도 했다.

이 메모에 따르면 배씨는 98년 12월9일부터 26일까지 불과 20일도 안되는 짧은기간 라스포사에 6차례, 앙드레 김에 2차례 등 최소한 8번 이상 고급 의상실을 드나든 것으로 나타나 배씨와 주변인물들의 생활상 및 '동선'을 짐작케 했다.

한편 배씨는 이날 이희호(李姬鎬) 여사와 관련된 부분 등 민감한 답변후에는 박변호사와 '괜찮겠느냐'며 사후협의를 하는 모습이 여러차례 목격되기도 했다.

또 방청석에는 배씨의 건강상태를 감안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 국회 사무처 소속 간호사 2명이 시종 대기했으며, 배씨의 여동생도 신문 전과정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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