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북 강경책은 전쟁 부른다

미국의 윌리엄 페리 대북한 정책조정관은 12일 오후(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에 출석, 대북정책보고서에 관해 증언했다.

다음은 페리 조정관이 웬디 셔먼 국무부 자문관을 배석시킨 가운데 크레이그 토머스 소위원장과 청문회에서 나눈 질의.응답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제네바 미.북 기본합의및 한반도에너지기구(KEDO)의 현주소와 효과는.

▲약 5년간 운용되어온 KEDO는 기본적인 목표를 달성, 그동안 북한의 핵물질 생산은 없었다. 특히 영변의 핵활동은 동결된 상태다. 영변의 활동이 지난 5년동안 계속됐더라면 북한은 지금 약 5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기본합의 두번째 요소는 경수로를 설치한 후 (영변의) 핵시설을 해체하는 것이다. 경수로 완공까지는 아직 수년이 더 걸리고 (핵시설의) 해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기본합의가 무산될 경우 북한은 아마도 수개월내에 영변에서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할 수 있게 된다.

KEDO의 마지막 요소는 관계개선과 제재완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인한 당사자들의 완전한 합의 실패로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포괄적 대북 접근방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우리는 북한측에 명백하게 또 의도적으로 일괄타결을 위한 제안을 하지 않았다. 우리가 포괄적인 구상과 이를 이행하는 방법에 관한 '도로지도(Road Map)'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나는 북한과의 일괄타결에는 반대했고 아직도 반대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신뢰가 크게 결여되어 있고 북한측의 미국에 대한 신뢰 역시 마찬가지로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식의 일괄타결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내가 권고하는 바는 포괄적인 접근을 염두에 두고 상호주의 방식에 입각, 단계적으로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길은 멀고 험난하며, 불신과 서로 다른 목표 때문에 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행정부 대북정책의 기본적인 변화 내용은.

▲대통령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 발표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이뤄진 것은없다. 국무부와 상무부의 지침에 따른 준비가 필요하다.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다는 지적에 대한 견해는.

▲(지난 5월)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수표책을 가져가지 않았으며 북한측도 이점을 이해했다. 나는 그들이 하려는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보상을 제의하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이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했다.

-대북 제재해제가 가져올 영향은.

▲우리의 추정으로는 변화가 거의 없다. 북한과 거래를 하려는 미국기업은 많지않다. 북한과 약간의 소비재를 사고파는 기회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미국기업들이 북한에서 경제적 기회를 포착, 이를 추구하지 않는 한 이뤄지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 한국 및 일본의 기업인들이 북한과 거래하는 것이 이득이 될 것이며 북한의 입장을 완화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 거래를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는 한.미.일 3국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결정할 사안이지 미국 정부의 결정사항은 아니다.

-왜 미국은 북한을 봉쇄, 고립시키지 않는가.

▲실제로 이 방안은 대안의 하나로 심각하게 검토됐다. 우리가 이 대안을 거부한 이유는 첫째로 (북한이) 소국이기 때문이다. 인구 2천200만~2천300만 국가로 우리의 기준으로 볼 때 군사적으로 강력하지는 않지만 미 육군의 2배 이상인 100만 현역 군인과 수백만명의 예비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그들이 군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탱크와 야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 기준으로 현대적이지는 않지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전쟁을 일으킬 경우 대패하겠지만 패전할 때까지 많은 피해를 입힐 것이다.

미군과 한국군의 전력으로 볼 때 억지력은 강력하다. 그러나 내가 우려하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점을 무시하고 그들을 단순하게 봉쇄하려 할 경우 그들은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을 비교적 단시일내에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정권이 붕괴되기를 기다린다는 구상을 거부한 첫번째 이유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성공을 거두려면 오랜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 사이 핵무기와 미사일은 추진될 것이다.

-지난 94년과 비교한 핵활동 상황 등 변화는.

▲94년과 네가지 점을 비교하겠다. 첫째, 오늘날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그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된 반면 미국과 한국의 군사력은 강화됐다.

둘째, 군사노력을 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경제는 급격히 약화됐다.

셋째, 탄도미사일 계획은 94년 이후 상당히 진전됐다는 점이 군사적 관점에서 커다란 긍정적인 발전이다.

넷째, 그들의 핵무기생산 능력은 핵분열물질을 생산할 수 없는 한 동결상태로 남게 되며 그때 이후 영변(핵활동)은 동결된 상태다.

그러나 그들은 핵물질 생산에 관한 한 내달, 내년에 다시 시작, 94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경수로가 설치되고 이에 따라 영변이 해체될 때까지는 이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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