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승규의 포스트시즌 읽기

삼성과 롯데의 플레이오프 5차전은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벼랑끝에 선 롯데나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던 삼성 모두 매끄러운 투수로테이션과 적절한 대타기용으로 전력을 다한 경기였다.

그러나 삼성으로서는 아쉬움이, 롯데는 기사회생의 기쁨이 교차하는 경기였다. 야구경기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야구계의 속설을 증명하듯 이날 승부처는 9회말이었다. 5대3으로 앞선 삼성은 전날 4차전에서 3과3분의 2이닝을 던진 임창용을 투입하며 한국시리즈진출을 확정지으려 했다. 하지만 임창용은 호세에게 역전 3점홈런을 맞으며 눈물을 훔쳤다. 그가 마무리에 실패한 데는 호세 앞타자와의 승부실패가 결정적이었다.

롯데 3, 4, 5번의 타격감각이 아주 좋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첫타자인 김대익을 진루시키지 말았어야 했다. 이전 타석까지 14타수 무안타에다 6삼진을 당할 정도로 부진했던 김대익이어서 그런지 너무 쉽게 승부한 것이 화근이었다.

임창용은 김대익에게 좌익선상을 흐르는 2루타를 맞으면서 불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어 등장한 박정태는 2스트라이크를 당하고도 10구까지 볼을 커팅해내며 볼넷으로 진루했다. 그는 팀의 군기반장답게 롯데의 분위기가 가라 앉을때마다 안타를 쳐내며 추격의 불씨를 살랐다.

이날도 끈질긴 승부로 임창용이 던질 곳이 없게 만든 것이다.여파는 당장 호세에게 미쳤다. 자신감을 잃은 임창용이 큰 것을 의식, 계속 바깥쪽으로 승부하자 호세에게 볼배합이 쉽게 읽혔다. 호세는 가운데로 약간 쏠린 듯한 바깥쪽 공(호세는 몸쪽으로 주장)을 그대로 밀어쳐 승부를 끝냈다.

임창용의 파워투구가 박정태와 호세의 끈기와 경험에 눌린 꼴이었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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