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밀레니엄의 첫날인 2000년 1월 1일이 꼭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격동의 20세기를 마감하고 희망찬 새 역사의 지평을 밟는 순간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란 결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준비한 자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다.
내일에 대한 오늘의 준비 부족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우리의 삶을 질곡으로 밀어넣는다는 지난날의 역사적 교훈은 지금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고 있다.
그러나 21세기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 있는 이 시점의 우리 모습은 어떠한가.
눈을 현실로 돌려보자. 새 천년이 코 앞에 다가왔는데도 정치권은 끝날 줄 모르는 다툼으로 날을 지새고 있다.
지난 5월 옷 로비 의혹 사건을 시작으로 각종 의혹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터지면서 우리 정치는 소모와 공멸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고관·재벌 부인, 옷가게 여주인이 뒤엉킨 옷 로비사건은 축소·왜곡되더니 급기야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 지도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집권층의 도덕성과 신뢰성에 엄청난 생채기를 냈다.
이른바 '김대중(金大中)평민당 총재의 1만달러 수수사건' 재수사도 가치관의 전도를 목도케 하는 대목이다. 검찰이 안기부는 물론 검찰 스스로를 조사하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국가 공안조직의 내부 붕괴로까지 발전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야당 의원이 이 문제를 꺼낸 것이 발단이 되긴 했으나 10년전 일의 재수사는 법치주의에 대한 논란을 초래하는 등 국가기강마저 흔들리게 만들었다.
설사 진실이 규명돼 김대통령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들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김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그같은 혐의를 벗은 것이다. 더욱 해괴망측한 것은 간첩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이 사건 당사자 서경원씨가 자신을 '통일운동가'라고, 북에서 받은 돈을 '통일운동자금'이라고 주장하고 집권당은 그를 당원교육에까지 끌어 들였다.
이래 저래 나라가 온통 혼돈상태다. 당파적 이해다툼과 시답잖은 폭로, 고발·고소전 등 사활을 건 정쟁을 일삼으며 국가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정치권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력을 집결시켜도 버거운 이 시대에 언제까지 이같은 의미없는 소모전을 계속하는 지 안타깝기만 하다.
민심은 정치와 정치인을 떠난 지 오래고 정부와 국가의 존재 이유에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치권은 오로지 제밥그릇 챙기기와 내년 4월 총선에만 매달려 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은 그 이념이 불명확한 채 정치적 흥정의 산물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닌 꼴이 돼 있고 신당창당에 대해서도 정당의 도구화라는 한국정치의 낡은 전통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한마디로 전신이 만신창이다. 이런 몸뚱아리로 맞이할 새 천 년은 장밋빛이라기보다는 잿빛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아 새 천 년을 맞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정치인들이여 밖을 보라. 온 지구촌이 새 시대의 도약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안에서 배울 수 없고 깨달을 수 없다면 혹여 밖에서라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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