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10시25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중수부 조사실이 위치한 11층에서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엘리베이터가 1층 로비에 도착했지만 김태정 전총장은 3분이 지나도록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지 못했다.
전직 검찰총장으로는 건국후 처음으로 재직시의 일이 문제돼 구속되는 불명예를 짊어진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석고상처럼 굳은 표정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한동안 물끄러미 응시했다.
한직을 맴돌던 자신을 헌신적인 내조를 통해 1천여명의 검사를 호령하는 검찰조직의 수장에까지 오르게 한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연루된 옷로비 의혹 때문에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한 처지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김 전총장은 옆에 서 있던 수사관의 재촉을 받고는 마침내 결심한 듯 옷깃을 가다듬고 한번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직 총장에 대한 예우를 고려해 수사관들은 그의 양쪽 팔을 잡아 끌지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침울한 표정으로 말없이 뒤따랐다.
검찰 직원들은 전직 총수가 후배 검사들에 의해 구속되는 검찰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을 차마 볼 수 없었던지 모두 자리를 피했으며 오직 신승남 대검 차장만이 나와 1층 로비의 후미진 구석에서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수인(囚人)번호 '3223'번을 단 전직 법무장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은 거의 뜬 눈으로 구치소에서의 첫날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밤 11시가 다 돼서야 구치소에 도착한 김 전총장은 청계산 기슭의 초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보안과 옆 신입자교육실로 향했다.
대기중이던 교도관들에 의해 신체검사 등 간단한 입소절차를 거친 뒤 수인번호'3223'번을 단 구치소 복장으로 갈아입고 1동 독거실에 수용됐다.
입소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구치소 관계자들은 불과 반년 전만 해도 교정행정의 총수였던 전직 법무장관을 미결수 신분으로 맞게 된 초유의 현실이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좋겠다는 듯 침통해 했다.
최대한 예우를 갖추는 구치소측에 대해 애써 태연하려 했지만 누구보다 감정이 풍부한 김 전총장은 잠시 어깨를 들썩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총장은 특히 교도관들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일반 미결수와 똑같이 대해 달라"며 부담을 덜어주려 했다.
이미 취침시간인 밤 10시가 지난 만큼 곧바로 1평 남짓의 일반 독거실로 향했으며 김 전총장은 잠시 방안을 둘러본후 두툼한 매트리스 위에 주저앉았다.
몸을 뉘어 새우잠을 청했지만 머리 속을 헤집는 상념은 끊이지 않았고 가슴으로 통한의 슬픔이 밀려들 때마다 긴 한숨만이 새어 나왔다.
○…6개월여 전까지 전국 검찰을 호령하며 사정을 지휘하던 김태정(金泰政) 전검찰총장의 구속수감 모습을 먼 발치에서 지켜본 한 대검 간부는 탄식과 참담, 비통함속에 아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4일 저녁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 대검 차장, 대검 간부들은 식사를 함께 했다.
그러나 신 차장검사와 수사책임자인 신광옥(辛光玉) 중수부장을 제외한 다른 간부들은 김 전총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써 외면한 채 오후 8시30분께 모두 퇴근해 버렸다.
끝까지 상황을 지켜본 신 차장검사는 "솔직히 말하는데 구치소측에 최대한 예우를 갖추고 편의를 봐줄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수감대상자가 보호국장에 법무장관까지 지냈으니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은 노파심에서 조치를 해뒀다고 한다.
올초까지 김 전총장의 출퇴근을 챙겼던 청사 방호원은 "날씨가 추워 걱정"이라고 안타까운 듯 눈길을 내리 깔았다.
이날 검사들과 검찰 일반 직원들은 김 전총장의 구속여부에 온종일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차마 입에 담기는 민망한 지 정작 화제로는 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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