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펼쳐지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다가올 미래에 우리에게 과연 어떤 변화가 생길까'에 모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2025년 한 평범한 도시인의 하루를 가상 현실로 꾸며본다.
편집자 주
아내는 벌써 한 시간째 컴퓨터 앞에 앉아 쇼핑을 즐기고 있다. 인터넷 가상 인식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멀리 쇼핑센터를 찾아야 하는 불편은 사라진지 오래다. 안경을 쓰고 모션 캡쳐 장갑만 끼면 그만이다. 사고 싶은 물건을 요모조모 뜯어볼 수 있고 만져볼 수도 있다. 장갑은 물건을 실제로 만졌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촉을 그대로 전해준다. 검지 손가락을 코에 갖다 대면 상품의 냄새도 맡을 수 있다. 예전 같이 전기료 걱정도 없다. 태양열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에너지 값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가 시중을 들어주지 않아도 전혀 불편을 못 느낀다. 맞춤형 나노 로봇이 아내를 대신해 우리 가족을 돌본다. 로봇은 우리 가족의 취향과 행동패턴을 거의 완벽하게 인식해낸다. 어쩌면 아내보다 훨씬 다감하고 편하다.
나는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간추린 오늘의 세상소식을 접한다. 더 상세한 정보를 알고 싶으면 홀로그램 오른 쪽 단추를 누르면 된다.
초등학생인 둘째 아이는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다. 새벽까지 인터넷 학교 수업을 받느라 몹시 피곤한 모양이다. 몇몇 필수 과목을 빼면 제 마음대로 학과목을 선택하고 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 생활패턴이 엉망이다. 아이의 학과 성적이 내 컴퓨터로 속속 입력돼 성적 변화를 언제든 읽어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등교하는 학교에서의 교우관계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컴퓨터로 받아보는 학교생활 통지서만 믿을 것이 아니라 아이의 친구들을 한번 초대해야겠다.
며칠 뒤에 군대에 입대하게 될 딸은 요즘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느라 정신이 빠졌다. 처음으로 낯익은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는 일이 그녀에겐 생경한 경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딸아이는 컴퓨터 해커부대에 지원했으나 보기 좋게 떨어졌다. 2차로 지원한 상륙 지원부대로 만족해야 했다. 상륙 지원부대라고 해서 자신이 직접 무거운 병기를 들고 해안으로 침투하는 것은 아니다. 딸아이가 맡게 될 임무는 상륙 작전에 투입되는 로봇 병사들을 지원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딸아이는 해커부대에 입대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한동안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다. 컴퓨터를 전공한 실력으로 해커부대 시험에 떨어졌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현실적으로 해커부대 출신들은 제대 후 취업이 거의 100% 보장되는 이점이 있긴하다.
요즘엔 여자라고 해서 직장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20세기적 사고는 찾아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남자라고 해서 아이 돌보는 일이나 가사를 아내 몫이라고 우기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가사 노동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지만 아이 돌보기나 부모.친지들의 경조사 참석은 사람들 몫이다. 물론 아기 돌보는 로봇과 병든 사람을 질환에 따라 전문적으로 간병하는 로봇이 보급됐지만 일주일에 한번쯤 병든 부모를 찾아보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가족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으면 얼굴 보기도 힘들다. 식사시간이 제 각각인 것은 물론이고 위성 텔레비전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따로 시청한다. 혼자 버려진 나는 어쩌면 다소 외로운 2025년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曺斗鎭기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