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러리에서-'대구-유럽 밀레니엄 미술전'을 보고

'지방화시대'라지만 여전히 볼만한 큰 전시회는 서울에만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지역 여건속에서 30일까지 '대구-유럽 밀레니엄 미술전'이 열리고 있는 대구문예회관을 찾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지역에서 이렇게 다양한 유럽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미국의 팝 아트나 미니멀리즘적 특성과 대조되는, 표현적이고 구상적인 요소가 강한 유럽 작가들의 경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먼저 무의식에 가깝다고 할 내면의 표현충동을 색채나 이미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또는 드라마틱하게 드로잉이나 붓질로 풀어낸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독특하고도 개성적인 방법으로 이미지의 상징성을 추구하되 재료의 특성을 화면의 표면 질감 형성에 적용시켜 그림속 형상들이 지닌 의미를 증폭시킨 작가들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빽빽한 구성으로 코믹하게 양식화된 구상 작품을 출품한 꽁바스와 호넬, 인체묘사를 통해 휴머니티를 주제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벨리코비치.빠노.레비, 신선하고 자유로운 패턴의 추상화를 추구한 끌로드 비알라의 작품이 특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만큼 아쉬움도 큰 것일까.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최근 주목받는 작가들이나 새로운 경향의 작가들이 많이 빠져있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세계적 미술의 핵이 설치미술을 중심으로 옮겨가는 마당에 평면 작품 위주로만 이뤄진 작품 구성도 마찬가지.

이같은 특별전은 기획자의 아이디어와 역량을 또 하나의 작품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 하지만 작가의 선별이나 전시 구성, 출품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 등에서 뚜렷한 흐름을 읽을 수 없어 모처럼 대구에서 열린 특징있는 전시에 대한 관람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김영동(영남대 강사/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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