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초점-연극계 불황

연극이 꼭꼭 숨어버렸다.

그 흔하던 연극 포스터 하나 구경할 수 없는 것이 2000년 새해, 지금의 연극계 실정이다. 지난해 9월 이후 대구에서 공연된 것도 목련연극제나 대구시립극단의 연극처럼 관의 자금지원을 받아 하는 연극이 고작이었다. 서울 대형 연극의 대구 나들이도 뜸해졌다.

연극의 3무(無). 극단이 붕괴되고, 연극도 사라지고, 대책도 없는, 최악의 불황기를 맞은 것이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연극인들 만나기가 대통령 만나기 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올 만큼 대구 연극인들도 '완전 잠수 상태'에 들어갔다.

활로가 없을까. 공연기획사인 분도기획의 윤순영 대표와 연출가인 이상원 대구과학대 교수에게 타개책을 들어봤다. 둘은 '타개책'이라고 하자 참 난감해 했다. 지금 상황이 너무 힘들고,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문이 터지자 많은 얘기를 털어놓았다.

윤 대표는 "이제 시작이다"라는 말부터 꺼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고, 문화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시대라는데 모든 사람이 동감하고 있다"며 "지금 이 불황은 단지 정리정돈이 안됐을 뿐"이라고 했다. 문화에 대한 뿌리가 약한 가운데 경제 불황이 닥쳐 생긴 일시적인 혼돈상황이라는 것.

"기아에 허덕이던 러시아에서 빵을 사려는 줄보다 극장 관객의 줄이 더 긴 것을 보고 문화란 단지 경제 상황으로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이란 것을 느꼈다"면서 "문화적 마인드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연극뿐 아니라 음악, 미술 등 전체 문화 수준을 높여야 하며 대구의 지성인들과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교수도 "연극을 아끼는 대구 관객이 있고, 연극에 열정을 가진 연기자가 있는 한 대구 연극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세심하게 키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우선 극단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극은 극단에서 시작해 극단으로 끝난다"며 워크숍 등 극단 차원의 활동이 활기를 띨 수 있도록 북돋워야 하며 소극장도 살려야 한다고 했다.

특히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재다능한 사람들이 연극계에 발붙이고 열정을 쏟아낼 수 있을 때 대구 연극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 또 "영화처럼 연극계에도 자본이 들어와야 하며 이를 위해서 대구 기업인들의 배려도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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