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대통령의 선거법 불복종 지지

김대중 대통령은 19일 김정길 법무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현행 선거법은 "5.16후 권위주의 산물"이라고 규정하고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4.19나 6월항쟁에 비유하면서 "당시는 실정법에 저촉되었지만 국민에 의해 그 정당성을 인정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청와대관계자는 "시민단체의 선거법 불복종 운동이 이유 있다는 게 김 대통령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은 현행 정치에 대한 엄청난 불신으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그 당위성을 인정을 받아왔다. 이에 여야는 관련 선거법을 고치기로 합의해놓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의 생각은 낙선운동에 대해 아무리 국민적 지지가 높다해도 개정전까지 일단 법은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는 법치주의를 신념으로 하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 대통령이 법에 대한 불복종운동을 4.19등에 비유하면서 지지 한 것은 자칫 민주주의의 기둥인 법치주의에 위험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선거법은 형식논리상은 하자가 없는 것이다. 군사정부도 아닌 문민정부하인 94년 여야합의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4.19 등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4.19는 정권퇴진과 관련된 엄청난 것이었고 선거법 개정은 정치개혁과 관련된, 상대적으로는 비중이 작은 성질의 것이다. 이러한 것에 대해 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불복종 지지를 언급한다는 것은 적어도 격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현행 선거법이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시민의 소리에 여야가 모두 개정을 약속 해놓고 있는 마당이다. 이러한 때에 굳이 대통령이 불복종 지지를 선언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 시민단체를 너무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한다. 대통령도 정치권이 시대흐름을 역행 한다면 이를 고치기 위해서 불복종 지지등의 정치적 제스처를 쓸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그렇지 않지 않은가.

물론 시민단체들은 정의구현을 위해 불복종 운동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선진각국에서도 성공사례가 있다. 특히 대통령의 말처럼 시대흐름도 민주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뀔 정도로 변하고 있다. 정보화시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개인의 능력과 권한이 강화되고 있는 시대이다. 따라서 권력도 정부로부터 민간으로 이양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시민운동은 더욱 그 정당성을 인정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그것은 공동의 이익을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이 법을 국가권력이 지켜주지 않으면 누가 지켜 줄 것인가. 너무 선거를 의식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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