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이버 문화-웹 갤러리

전시장 대관, 팸플릿 인쇄….

개인전을 앞둔 작가는 작품 제작외에 준비할 것들이 많다.

정작 작품 자체보다 전시회 준비에 더많은 비용과 시간을 뺏기는 '주객전도형'도 드물지 않을 정도. 학연·지연에 따라 움직이는 미술계의 오랜 관행상 창작열외엔 가진 것이 없는 젊은 작가들에겐 이런 '준비'가 더욱 벅차게 느껴진다.

이들에게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웹 갤러리의 가상 전시는 새로운 대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현대미술 전문 인터넷 화랑 브이갤러리(Vgallery.co.kr)의 전시비용은 3개월에 10만원. 작품 수나 게재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국내외 어느곳에서나 검색할 수 있는 웹 갤러리만의 장점을 생각한다면 기존 화랑 전시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저렴한 비용이다.

일반인들에겐 난해한 현대 미술을 다루고 있지만 현재 하루 20~30명씩 이곳을 찾는 등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브이갤러리는 개관 1주년이 채 되기도 전에 전시공간을 찾기 힘들었던 젊고 실력있는 작가들을 발굴, 소개하는 대표적인 웹 갤러리로 자리잡았다.

봉산문화거리에 있는 소헌갤러리 역시 지난해부터 웹 갤러리를 열고 가상 전시를 하면서 가정·기업의 미술품 장식 자문과 미술품 대여·구입상담, 미술품 교환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대구판화가협회(http://home.taegu.net/~qpqpqp/soci/soci.html), 대구봉산문화협회(http://www.bongsan.co.kr/) 등 각종 단체에서도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판매하는 사이버 갤러리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작가가 직접 홈페이지를 개설, 홍보에 나서는 경우도 늘고 있다. 현재 지역에서는 한국화가 권용섭·박형석·남학호씨, 서양화가 안정균·김윤수씨 등이 홈페이지를 개설해놓고 있다.

하지만 PC통신이 출범한 시기부터 역량을 키워온 사이버 문학에 비해 웹 갤러리가 몰고온 사이버 미술의 바람은 아직 찻잔 속 태풍에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

인터넷 보급 비율이 낮기도 하지만 이는 '미술'이라는 장르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브이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큐레이터 김옥경씨는 "미술작품만큼 실제로 '보는' 것이 중요한 장르도 없다. 팸플릿도 마찬가지지만 컴퓨터 모니터가 작품의 독특한 색상, 질감 등을 그대로 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에서 작품을 접하고 구입 의사를 밝히면서 실제작품을 직접 보자는 고객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말한다.

이같은 웹 갤러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당수 실제 전시와 사이버 전시를 동시개관한 후 현실 속의 전시가 끝난 후에도 웹 갤러리에서는 계속 작품을 선보이는 방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 갤러리가 실제 전시장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 웹 갤러리 운영자들의 공통된 의견.

그러나 작품 홍보 기능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앞으로는 팸플릿을 제작하듯 사이버 전시를 여는 작가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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