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프로야구 선수협 참여 '사자들 깊은 고민'

프로야구 8개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 프로야구 선수협의회(KPBPA, 회장 송진우)에 가입하지 않은 삼성라이온즈 선수들이 삼성 기업풍토와 동료애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삼성 선수들의 선수협참여 여부는 어렵사리 출범한 선수협의 안착을 좌우할 만한 열쇠여서 구단의 만류와 선수협의 참여요청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세불리기로 실체를 인정받으려는 선수협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배신자', '비겁자'로 낙인찍힐 것 같고, 참여하자니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삼성의 기업풍토 속에서 옷을 벗을 각오없이는 힘들기 때문이다.

삼성 선수들은 휴일인 23일에도 경산구장에 나가 훈련을 했으나 다른 구단선수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제주도에서 훈련 중인 투수진 및 2군선수들도 경산에 남은 선수들에게 연락을 취하며 난처해하기는 마찬가지. 삼성 선수들의 고민은 이미 22일 새벽 열린 창립총회에서 잘 드러났다. 다른 구단 선수들이 삼성의 참여율을 문제삼자 주장 김기태는 "삼성은 이런 모임 없이도 야구를 잘 할 수 있다"며 삼성 선수들을 이끌고 총회장을 뛰쳐 나와 복잡한 심경의 일단을 내비쳤다.

김기태를 비롯한 주전급 선수 20여명은 23일 저녁부터 24일 새벽까지 경산 볼파크에서 다시 난상토론을 벌였으나 참여론과 참여불가 주장이 팽팽히 맞선 채 '행동통일'에만 의견을 모았다.

김기태는 24일 오전 제주훈련 중인 다른 동료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날 오후 5시 서울 구단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종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에 맞선 구단은 코칭스태프를 총동원, 개별설득에 나서는 한편 이종기 구단주대행의 "야구단을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삼성선수들의 선수협참여는 허용치 않겠다"는 강경방침을 재확인했다. 김재하 단장은 23일 선수단에 "물리적으로 선수협 가입을 막기는 않겠지만 가입하려는 선수는 삼성선수 자격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가입하라"며 "가입즉시 삼성에서 짐을 싸야 한다"는 최후 통첩을 해놓고 있다.

李春洙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