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눈이 내려서 팔공산 순환도로가 막혀 차가 다니지 못하게 된 지난 19일, 중년주부 김영희씨는 갑자기 하루종일 할 일이 없어졌다.
"일주일에 한번씩 매주 수요일마다 팔공산자락에 있는 민간 장애인복지시설에 가서 그들을 돌봐주고 점심봉사를 하는데 예기치 못한 눈발이 갈길을 막았어요. 온종일 그애들 생각뿐이었어요"
지천명(知天命)의 김영희씨가 자원봉사를 나가면서 눈뜨게 된 새로운 세계가 중년의 삶에 윤기를 더하고,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살이에 온기를 더해준다.
대구 프린스호텔 인근에 있는 사찰 불광사 합창단과 불광불교대학에 다니는 주부들 역시 일주일에 한번씩 '봉사행'을 실천한다.
희끗희끗한 머리칼을 숨기는 초로기(初老期) 여성단원들도, 이제 막 코흘리개 자녀들의 손을 이끄는 젊은 단원들도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재주는 없지만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특기를 지녔다.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여성 누구나 가진 모성을 밑거름으로 삼아 이들이 보여주는 특기는 어느새 힘겨운 이들에게 따스한 햇살이 되어 내린다.
중년여성들로 구성된 대구시종합사회복지관 부설 동방주부대학 주부학생들은 21세기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신빈곤층으로 낙인받는 영세 부자세대들을 위한 갖가지 봉사활동을 펼친다. 김치를 담글줄도, 생활능력도 없는 빈민 아버지와 함께 사는 자녀들을 위해 이들은 김치를 담고, 이불을 빨아주는 사회엄마가 된다.
또 영천시의 동화읽는 어른모임의 이지유씨 등 젊은 엄마들은 어린이수용시설인 희망원을 찾아서 책도 읽어주고 후원도 한다.
사회복지법인 더불어복지재단의 서정희(51)소장은 가슴아픈 모성을 사회화하여 빛을 심은 대표적인 케이스. 아들 권순욱씨가 바이러스감염으로 인해 뇌세포를 다쳐서 장애인이 되자 그 아들과 비슷한 또래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복지법인 더불어복지재단을 만들었다.
서씨는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낮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간보호센터와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을 위한 공동작업장, 차량운행, 후원일지 등 모든 것을 장애인중심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는 모범 시설로 이곳을 가꾸었다.
"몸이 불편한 아들이 저를 봉사인생으로 이끈 셈입니다"
30여명의 장애인이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거나 공동작업장에서 일하기를 기다리는데 시설수용능력이 모자라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서씨는 장애인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매우 즐겁고 행복하다고 들려준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아무리 퍼내도 닳거나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모성의 고귀함을 내던진 채 소비향락주의에 빠지거나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여성, 가족과 이웃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자신만 즐겁게 살겠다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21세기 여성시대는 법과 제도의 정비만으로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문직 여성은 전문직대로, 전업주부들은 전업주부, 근로여성은 근로여성대로 각자가 지닌 모성을 개인.가족이기주의를 뛰어넘어서 사회로 환원시킬때 남녀가 평등하게 사는 세상, 모든 사회구성원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앞당길 수 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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