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와 함께 죽은 물고기가 떠오르고 근처에 사는 산모의 지방질에서 맹독성 물질이 검출되는가 하면 정들었던 철새가 고개를 돌리는 곳.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라는 명성과 함께 천혜의 자연환경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낙동강 하구의 오늘날 모습이다.
60년대까지만 해도 200 여종의 철새가 셀 수 없을 만큼 날아들어 하늘을 수놓았으나 지난 98년에는 62종 2만5천935마리만 이 지역을 찾았다.
환경변화에 가장 민감한 동물 중 하나인 철새가 수십년간 정들었던 땅을 등졌다는것은 낙동강 하구가 이제 풍부한 먹이와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우선 철새가 마음놓고 날개를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줄었다.
74년 분뇨처리장 건설을 시작으로 하구둑건설, 녹산·신호공단 등으로 인해 1만6천여㎢가 문화재보호구역 등 규제에서 풀려 개발되면서 지난 88년 3만㎢에 이르던 개펄은 현재 23.6㎢로 그 규모가 형편없이 줄었다.
수많은 생명체를 잉태하는 자연의 보고인 개펄의 축소는 이 지역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감소를 낳았다.
낙동강 하구의 생태계 파괴는 지난 87년 준공된 낙동강 하구둑의 영향도 많이받았다. 하구언 준공후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에 서식하는 뱀장어와 전어 등 11종의 어류가 멸종했다.
또 강물의 흐림이 끊기면서 영양염류와 기타 오염물질이 쌓이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부영양화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번성시켜 심각한 수질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하구의 수질오염은 중·상류지역에서 배출되는 생활오수와 공장·축산폐수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낙동강은 발원지로 부터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까지 510㎞를 달리면서 47개 시·군·구에서 쏟아내는 생활오수와 29개 공단에서 내뿜는 폐수를 받아들인다.
낙동강의 하루평균 산업폐수 발생량은 한강의 3배인 32만8천t이나 되지만 낙동강수계의 연평균 강수량은 1천106㎜로 전국평균(1천159㎜)에도 못미쳐 오염을 자체 정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중·상류지역 공단에서 배출하는 다량의 질소와 인 성분 때문에 낙동강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이미 위험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96년 하수종말처리장 방류수의 질소와 인 함유량을 각각 60ppm과 8ppm이하로 제한했지만 대구시와 염색단지를 끼고 있는 금호강에서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질소와 인의 총량이 각각 최고 52.5ppm과 2.6ppm이기 때문에 전혀 쓸모 없는 법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낙동강의 COD가 이렇게 높은 것은 유입되는 오염물질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부영양화로 대량 발생한 식물성 플랑크톤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낙동강은 스스로 COD를 높여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는 페놀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지난 91년 하천오염을 측정하는 기준을 정하면서 COD를 제외해 낙동강의 실정을 외면했다는 비난을 샀다.
이처럼 낙동강 하구는 중·상류에 수많은 공장과 도시가 위치하는 지리적 악조건과 만성적인 물부족 현상 때문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고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이를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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