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와 20세기초 서구를 중심으로 발흥한 제국주의의 손길은 신비의 땅 중앙 아시아를 비켜가지 않았다. 탐욕에 가득찬 제국주의의 탐험가들은 사막속에 묻혀버린 고대 중앙아시아의 유물들을 발굴, 자기네 나라로 밀반출 해갔다. 그러나 그 탐험가들은 거대한 사구로 이어진 막막한 모래 바다, 혹한 등 죽음의 아가리를 벌리며 인간의 접근을 거부한 땅을 정복함으로써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기도 했다.중앙아시아 탐험의 역사를 다룬 '실크 로드의 악마들'(피터 홉커크 지음, 김영종 옮김, 사계절 펴냄, 368쪽, 1만원)은 스웨덴의 스벤 헤딘, 영국의 오렐 스타인, 독일의 알베르트 폰 르콕, 프랑스의 폴 펠리오, 미국의 랭던 워너, 일본의 오타니 고즈이 등 189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중앙아시아의 고대 국가와 유물을 탐험한 6명의 탐험가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들이 탐험한 지역은 오늘날 중국의 신강·위구르 자치구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오늘날도 그렇지만 탐험 당시에도 매우 황량했다. 당나라 시대에 번성했던 동·서간 무역로 '실크 로드'는 교역의 중단으로 쇠락했고 오아시스 국가들은 물길이 말라 사람들이 떠난 뒤 거대한 모래폭풍에 파묻혀 버렸다. 6명의 탐험가들은 모래더미에 묻힌 고대 유적과 유물을 찾아나섰다. 이들은 때로는 협력하며 때로는 경쟁적으로 탐험에 열을 올렸다. 거기에는 개인적 야망과 제국주의적 야망이 한데 섞여 있었다. 사막 곳곳에는 길을 잃거나 갈증, 혹한, 모래 폭풍 등으로 숨진 수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의 뼈가 나뒹굴었다·탐험가들 역시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기며 목적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중앙아시아 탐험은 인간의 결연하고도 강인한 정신, 자연과의 사투, 제국주의적 경쟁, 중앙아시아의 역사와 고대국가의 모습 등이 어우러진 대서사시여서 매우 흥미롭다.
책 제목에서 시사하듯 탐험가들은 그들 나라에선 '영웅'일지 몰라도 유물을 뺏긴 측에선 약탈자들이다. 특히 오렐 스타인은 중국인들에게 유물을 약탈해 간 첫번째 공적(公敵)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적인 문화재 보호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한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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