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이창규(군위성당 주임신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새들이 자꾸만 유리창에 부딪쳐서 죽었다. 단 며칠이라도 집을 떠났다가 돌아오면 창을 열고 밖을 한 번 내다보고 헛기침이라도 한 번 하기 마련이다. 휴가를 다녀와서 드르륵 창을 여는데 난간에 새가 한마리 죽어 있었다. 제 깃털을 하나 뽑아 놓고 마치 유언장이라도 쓰듯이 그렇게 누워 있었다. 난 형사처럼 몇 장의 사진을 찍은 다음 오랫동안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나의 거처에 와서 죽은 그를 위한 배려라 생각하고 다음날 상사꽃이 피던 양지바른 뜰에 묻어주었다.

제 깃털을 베고 누운 그 간절함이 마음속에서 울려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새 장사(葬事)를 지내고 얼마간 시간이 흘렀는데 또 창가에 새가 죽어 있었다. 새들의 주검 앞에서 나는 겁이 덜컥 났다. 왜 이들은 자꾸만 삶을 포기하는 건가?오늘은 집을 나서다 하도 햇살이 곱고 해서 부러 마당을 한바퀴 휘 돌았다. 그런데 큰 유리창에 날개를 편 채 부딪친 새의 흔적이 역력하게 보였다. 새들이 왜 죽는지를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유리창에 비치는 인빛 해송과 하늘의 환(幻)풍경 때문이었다. 무채색 계절에는 유리창에 비치는 풍경이 새들에게 더 헛갈리는 모양이다. 새들이 유리벽이 실제(實在)의 공간인줄 알았고 실재가 아닌 환(幻)때문에 생기는 가상 공간의 비극이었다.

이제 우리 세상은 점점 가상 공간이 확장되고 있다. 가상의 세계와 현실을 혼돈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성서속 바리사이들의 누룩처럼 사이버 공간이 부풀면 부풀수록 생명이 있는 것들에게는 더 위협적이다. 이미 사이버 세계의 순교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을 알기 위해서는 모험과 희생을 필요로 한다지만, 분별할 수 없는 환(幻)의 세계 앞에서 새들의 죽음처럼 우리의 비극도 다가오는 것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대구시장 공천 과정에서 현역 중진 의원 컷오프와 공천 잡음이 이어지며 당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리얼미터...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를 시행했음에도 일부 주유소에서 가격 인상이 발생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유소 가격 변동을 ...
한 네티즌이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20개 쌓여 문을 열기 어려운 상황을 공유하며 택배 기사와 소비자 간 배려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 확보를 위해 중국의 협조를 압박하며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