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학 같은 작가 황순원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우리 인생은 예술에 의해 짧은 수명을 연장할 수 있으니 가야금의 곡조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오히려 우륵의 유음(遺音)을, 석굴암의 조각에서는 김대성의 수택(手澤)을 찾을 것이다. 헤원(惠園)의 풍속화에는 혜원의 넋이 뛰어놀고, 단원의 영(靈)이 움직이니 이같은 불후의 예술을 창작함으로써 불사(不死)의 생명을 향유할 것이다" 문일평의 이 짧은 글은 새삼 '예술(가)의 수명'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예술가의 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렵고 고달픈 길이다.

더구나 오늘날 세태는 어떤가. 물욕과 명예욕 등 온갖 욕심과 거짓, 위선으로 혼탁해질대로 혼탁해져 있다. 정치권은 물론 모든 집단이 이기주의에 빠져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눈이 어둡다. 날이 갈수록 그 출구는 보이지 않고 어둡고 캄캄해지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그 때문에 진정한 예술가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저께 이 혼탁한 세상을 떠난 원로 소설가 황순원(黃順元)은 여러가지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며, 예술가의 사표(師表)를 남긴 진정한 문인이었다. 평소 '대패질을 하는 시간보다 대팻날을 가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다'고 한 그는 절제된 문체와 엄격한 글쓰기로 일관했다. 삶의 자세도 그와 한치의 어긋남이 없었다. 자제와 연마의 미학은 그의 철학이었다. 그는 문학도 삶도 학(鶴)처럼 고고하기만 했다.

더구나 그는 시류와 세속적인 유혹과는 담을 쌓은 채 그야말로 '순수'만을 지켰다. 예술원 회원과 교수직 외에는 감투 한번 쓰지 않았다. 오로지 소설과 시를 썼을 뿐 그 흔한 잡문 한번 쓴 적이 없다. 96년 정부가 주는 은관문화훈장을 거부한 데서도 엿볼 수 있듯 처신이 염결하고 꼿꼿했다.

반세기 동안 '소나기' 등 주옥 같은 소설로 독자들의 가슴을 적시며 고결한 지조로 일관했던 '문단의 큰별'은 태풍이 오고 소나기 내리는 날 하늘로 올랐다. 세속에 물들지 않으면서 작품과 삶을 일치시킨 작가정신을 몸소 보여 주었던 그는 이제 갔다. 그러나 그의 문학과 인품은 길이 빛날 것이며, 문단 뿐 아니라 이 어둡고 어지러운 세상의 귀감이 돼야 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CBS 라디오 생방송 인터뷰 도중 이재명 대통령의 방문을 이유로 전화를 끊어 논란이 일었고, 이후 보좌진의 착오로...
한국가스공사가 캐나다 자회사인 코가스 캐나다 에너지 유한회사에 7천670억원을 출자하여 지분을 100% 확보할 계획이며, 이는 LNG캐나다 ...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가짜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발견되며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안내서는 실제 형태와 유사하게 ...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8000명 이상이며 추가로 1만명을 더 배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