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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학 같은 작가 황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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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은 예술에 의해 짧은 수명을 연장할 수 있으니 가야금의 곡조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오히려 우륵의 유음(遺音)을, 석굴암의 조각에서는 김대성의 수택(手澤)을 찾을 것이다. 헤원(惠園)의 풍속화에는 혜원의 넋이 뛰어놀고, 단원의 영(靈)이 움직이니 이같은 불후의 예술을 창작함으로써 불사(不死)의 생명을 향유할 것이다" 문일평의 이 짧은 글은 새삼 '예술(가)의 수명'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예술가의 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렵고 고달픈 길이다.

더구나 오늘날 세태는 어떤가. 물욕과 명예욕 등 온갖 욕심과 거짓, 위선으로 혼탁해질대로 혼탁해져 있다. 정치권은 물론 모든 집단이 이기주의에 빠져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눈이 어둡다. 날이 갈수록 그 출구는 보이지 않고 어둡고 캄캄해지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그 때문에 진정한 예술가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저께 이 혼탁한 세상을 떠난 원로 소설가 황순원(黃順元)은 여러가지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며, 예술가의 사표(師表)를 남긴 진정한 문인이었다. 평소 '대패질을 하는 시간보다 대팻날을 가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다'고 한 그는 절제된 문체와 엄격한 글쓰기로 일관했다. 삶의 자세도 그와 한치의 어긋남이 없었다. 자제와 연마의 미학은 그의 철학이었다. 그는 문학도 삶도 학(鶴)처럼 고고하기만 했다.

더구나 그는 시류와 세속적인 유혹과는 담을 쌓은 채 그야말로 '순수'만을 지켰다. 예술원 회원과 교수직 외에는 감투 한번 쓰지 않았다. 오로지 소설과 시를 썼을 뿐 그 흔한 잡문 한번 쓴 적이 없다. 96년 정부가 주는 은관문화훈장을 거부한 데서도 엿볼 수 있듯 처신이 염결하고 꼿꼿했다.

반세기 동안 '소나기' 등 주옥 같은 소설로 독자들의 가슴을 적시며 고결한 지조로 일관했던 '문단의 큰별'은 태풍이 오고 소나기 내리는 날 하늘로 올랐다. 세속에 물들지 않으면서 작품과 삶을 일치시킨 작가정신을 몸소 보여 주었던 그는 이제 갔다. 그러나 그의 문학과 인품은 길이 빛날 것이며, 문단 뿐 아니라 이 어둡고 어지러운 세상의 귀감이 돼야 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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