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드니올림픽-양궁 메달 가족들

◈양궁 금 윤미진 가족들"맞벌이하느라 남들처럼 뒷바라지 한번 제대로 못했는 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다니... 제 딸 미진이가 너무나 장하고 대견합니다"

한국 양궁의 샛별 윤미진(17.경기체고 2년)선수가 시드니 올림픽 양궁 결승전에서 마지막 활시위를 놓으며 1점차로 김남순 선수를 누르고 첫 금메달을 확정짓자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신우아파트 윤 선수의 집은 온통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윤선수의 어머지 김정희(46)씨는 "5일전 베란다에 놓인 고추나무에 벌떼가 날아드는 꿈을 꿨다"며 "지금 생각하니 과녁에 화살촉이 명중하는 것을 의미한 것 같다"며 함께 응원한 주민들에게 해몽으로 딸의 우승에 대한 소감을 대신했다.

군포의 한 유리공장에서 식당 허드렛 일을 하는 김씨는 19일 하루 월차를 내고 딸의 경기를 지켜봤다.

김씨는 윤 선수가 러시아의 볼로토바 선수를 가볍게 누르고 4강에 올라온 신궁 김수녕 선수와 맞대결을 벌이게 되자 차마 경기를 더 지켜보지 못하고 안방에 정화수를 떠 놓고 딸의 선전을 기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윤 선수의 아버지 윤창덕(54)씨는 기쁨을 함께 하지 못했다.

윤씨는 이날도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생계를 위해 덤프트럭을 몰아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월 150만원 정도의 수입으로 1남4녀를 키우느라 막내딸 미진이의 경기에 응원한번 못 가봤다"며 "미진이가 어젯밤 시드니에서 전화를 걸어 열심히 응원해 달라고 오히려 저희를 위안시켜 뭔가 해낼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친지들의 축하전화를 받느라 전화기에서 손을 떼지 못한 김씨는 "미진이가 돌아오면 좋아하는 피자와 동태찌개를 실컷 먹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

◈양궁 은 김남순 가족들

19일 오후 시드니 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김남순(20.인천시청 소속)선수의 부모가 운영하는 창원시 북동 소답시장내의 식당에는 오전부터 친척들과 이웃 상인들이 몰려들어 숨을 죽이며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다 후배에게 1점차로 아깝게 금메달을 내준 김선수의 선전에 아쉬워 하면서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뒷바라지도 제대로 못하고 갖고 싶어하는 새 활을 못 사줄때가 가장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준 딸이 너무 대견스럽다는 아버지 진택(49)씨는 금메달을 놓쳐 아쉽기는 하지만 후배에게 내줘 다행스럽다고 말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메모지에 점수를 적어가며 딸의 선전을 지켜본 김씨는 "16강전에서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허잉선수를 맞았을 때와 결승에서 윤미진 선수와 동점을 몇차례 이루다 7점을 과녁에 맞출때는 피를 말리는 긴 시간으로 느껴졌다"는 것. 또 연간 1천500만원이 넘는 장비구입이 어려워 양궁을 포기시킬까 생각한 적이 많았다고 술회했다.

창원초등학교 육상부에서 활동하다 5학년때부터 활을 잡은 김선수는 6학년때 전국소년체전에서 2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진해여중과 진해여고를 거치는 동안 전국대회를 휩쓸며 각종 메달을 부모 가슴에 안겨주며 월급을 꼬박꼬박 보내주는 효녀라고 아버지 김씨는 자랑한다.

지난 98년 12월 인천시청팀에 입단한 김선수는 이번 시드니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메달 기대주로 손꼽히며 올림픽에 출전했다.

창원.姜元泰기자 kw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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