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모(35·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추석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15일 대구시내 한 음반 판매점에 들렀다. 출퇴근때 자신의 승용차안에서 들을만한 대중가요 음반을 1∼2개 골라볼까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박씨는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이른바 최신 인기가요 순위의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래를 몇 개 골라봤지만 도무지 '당기는 맛'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온나라를 발칵 뒤집을만큼 유명하다는 서태지의 음반이 음반가게 스피커를 통해 우렁차게(?)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그는 '시끄럽다'는 생각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대중음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
랩과 힙합, 하드코어. 그리고 댄스가요가 싫은 사람. 그렇다고 '가요무대'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멜로디에 귀가 솔깃해지지도 않는 팬들은 가슴이 답답하다.
TV전원을 켜도, 라디오를 틀어도, 음반가게에 들러도…. 대중가요의 주류는 온통 10대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에 대한 욕구불만이 가장 큰 세대는 연령별로 따지자면 '30대'. 40대는 이미 트로트멜로디에 순화돼가고 있지만 30대는 아무래도 '뽕짝'이 어색하다.
대중가요에 눈뜰 무렵, '들국화'류의 힘찬 사운드를 들었고 대학시절엔 비장한 단조풍의 민중가요를 직접 부르며 성장했던 이들. 30대에게 10대가 선점한 지금의 대중음악 유행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만든다.
▶10대 주류의 대중음악시장은 필연(必然)인가
PC통신 '넷츠고'는 최근 '10대 위주 대중음악에 대한 의견'을 묻는 토론방을 만들었다. 토론방 개설자는 아직 어리다고 할 수 있는 연령층의 가수들이 가요계 주류를 차지하고 공중파 방송국 대다수 가요프로그램의 진행을 여러면에서 부족한 면이 많은 10대 연예인이 맡는 등 10대 위주로 흐르고 있는 이 땅의 대중음악계가 진정 제대로된 길을 가고 있는가 라고 물었다.
이 토론에 참여한 상당수 네티즌들은 제대로된 가창력을 갖추지 못한데다 무대에서 이른바 립싱크란 이름으로 입만 방긋거리며 '가수'라 자처하는 10대 가수들의 '가수답지 못함'을 비난했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실력이 있다면야 10대·20대 등 연령을 가릴 이유가 없다며 무조건적으로 '10대'를 경시하는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와 관련, 지역방송 쇼프로그램인 '텔레콘서트 자유'를 연출하고 있는 대구MBC 허시덕PD는 "'텔레콘서트 자유'도 당초엔 소위 386세대를 겨낭해 기획을 했지만 현재는 10대와 20대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며 "20대 후반 또는 30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일상에 바빠서인지 그들의 반응이 뜨겁지 않기 때문에 10대 위주로 흐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활을 꿈꾸는 30대를 위한 가수들
서태지의 컴백만큼 화려한 조명을 받진 못했지만 최근 돌아온 한 그룹은 일부 팬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지난 8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았고 숱한 세월을 넘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그룹 '들국화'.
'들국화'는 지난 달 컴백한 이래 서울 근교에서 정기 공연을 갖고 있고, 공연때마다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이 달 초 가진 컴백공연에서도 많은 팬들이 운집, 과거의 명성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일부 방송국에서도 이들의 살아나는 인기를 감안, 출연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
지난 91년 30대의 나이에 요절한 가수 김현식을 기리는 추모앨범 제작도 진행되고 있다. 김현식의 추모앨범에는 봄여름가을겨울, 신촌블루스, 들국화, 한영애, 이은미 등이 참여할 예정. 참여가수들은 음반제작후에는 대규모 공연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등병의 편지' 등 고(故)김광석의 목소리가 담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OST(오리지날 사운드 트랙)도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를 추억하고 있는 연령층이 아직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대구지역 음반도매상 한 관계자는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우리 대중음악계에 약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대중들도 입장권을 구입해 콘서트에 간다든지, 정품음반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취향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해줘야 대중음악계의 체질이 바뀐다"고 말했다.
崔敬喆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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