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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서 수화통역 서비스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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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박모(34·경산)씨는 지난 10월중순 교통사고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들렀다. 피해자인 박씨는 '필담(筆談)'만으로 현장조사를 마쳤으나 가해자로 둔갑됐고 경찰은 합의를 종용했다. 답답해진 박씨가 수화통역을 의뢰해 재조사한 결과 피해자로 밝혀져 차수리비 3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청각장애인 정모(39·여)씨도 머리가 아파 11월 말 대구시내 모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측은 정씨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자 몇 시간에 걸쳐 MRI 및 엑스레이 촬영, 혈액검사 등 온갖 검사를 했지만 병명을 밝혀내지 못했다. 결국 수화통역인이 도착해서야 정씨가 단순한 두통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처럼 관공서나 병원이 수화통역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데다 수화통역사가 참관해야 법적 효력이 있는 조서작성 과정에서 경찰이 이를 소홀히 처리해 청각장애인들이 피해를 입고있다.

수화통역사 안규순씨는 "필담만으로 청각장애인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탓인지 공무원들이 먼저 수화통역을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일주일에 1, 2일 수화통역인을 관공서에 상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 전문가들은 관공서가 시각 및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록이나 휠체어 등 '눈에 보이는' 시설물 투자는 신경쓰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투자에는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지난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시·구청 공무원 20명을 대상으로 5일간 공무원교육원에서 수화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수화기초과정에만 7~8개월이 걸려 며칠간의 교육으로는 '인사'정도밖에 배울 수 없어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대구농아인협회에 따르면 대구시내 청각장애인 수는 등록된 청각장애인 3천300여명을 포함, 모두 1만3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나 수화통역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수화통역사 자격증 소지자는 20명에 불과하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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