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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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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조상들은 시간 여유가 많고 한가한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별의 별것에도 독특한 의미를 붙여서 받아들이는 경향이었다. 심지어는 동서남북(東西南北)의 방위에까지 색깔을 붙여서 동은 청(靑), 남은 적(赤), 서쪽은 백(白), 북은 흑(黑)으로 표시했던 것이다. 신분이 고귀한 사람일수록 부귀 영화의 색깔인 붉은 빛이나 자줏빛 혹은 황색옷을 입었고 생명의 색깔인 청색을 즐겨 찾았던 것이다. 반면에 옛 사람들은 흑색, 회색 계통을 죽음의 색깔, 쇠락의 색깔로 받아들여 극력 피하는 경향이었다. 한(漢) 고조 유방이 자신의 대장 깃발(旗)의 색깔을 항상 붉은색으로 한것이라든지 대궐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던 무수리의 옷이 검정색이었던 것도 모두 의미가 있었던 셈이다. 독일의 '디벨트'지가 독일 복장 연구소의 발표를 인용 보도한바에 따르면 2000년 한해동안 전 세계를 휩쓴 유행색은 푸른색(BLUE)이었다는 것이다. 의류뿐 아니라 자동차에서부터 각종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푸른색 계통이 전세계 시장을 휩쓸었다는 것. 힐러리도 푸른색 옷을 입고 상원의원에 당선됐고 팝 가수 마돈나, 톱 모델 클라우디아 시퍼 등이 모두 청색 계통의 옷으로 명성을 드날렸다니 2000년은 가히 '청색의 해'라고 할만하다. 전문가들은 몇년전까지만해도 검은색과 회색을 선호하던 패션계가 이처럼 푸른색으로 바뀐 것은 청색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색깔이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뭐가 뭔지 모르게 뒤죽박죽으로 돌아가는 요즘세태에 푸른색이야말로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진정제 역할을 하기때문이란 것이다. 참고로 색깔에 관련된 인간 심리를 살펴보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중에는 리더십이 강한 사람이 많고 노랑 계통을 선호하는 사람중에는 박학다식한 사람이 많다. 반면 흑색과 회색을 선호하는 사람은 성격이 이지적이고 개인성향이 강해서 지도자보다 예술적 기질이 강하다는 설명도 나온다. 이런 잡다한 얘기야 어찌됐든 2000년의 색깔은 청색-그리고 이 말은 이 복잡한 세태에 왕후장상의 명예도 싫고 돈도 싫고, 그냥 조용하고 편안히 좀 쉬고만 싶다는 인류의 소망을 담은 것만 같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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