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명이라도 더...시민들 맨손구조

진앙인 엘살바도르의 산 미겔 시(市) 인근은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서 생존자를 찾는 구조대와 희생자 가족들의 절규가 뒤섞이면서 참극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특히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들이 상당수 포함돼, 아이들의 시신이 하나 둘 발견될 때마다 부모들이 실신하는 등,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엘살바도르 라스 콜리나스 지역에서는 흙더미 속에서 어린 소녀의 시체 1구가 발굴된 뒤, 불과 몇m 옆에서는 딸을 보호하려다 팔을 벌린 채 숨진 어머니의 시신이 또 발견돼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건물 잔해를 누비고 다니던 가정주부 카르멘 데 마린(41)은 "쇼핑하러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미국에 있는 아빠 전화를 기다리던 12살 짜리 아들이 변을 당했다"며 "제발 아들을 살려달라"고 구조대에 간절히 요청했다.

과테말라 모유타 시에서는 두살 배기 딸을 잃은 한 아버지가 "집이 내려앉아 딸은 죽고 아내는 다리가 부러지고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며 울부짖었다.

○…엄청난 재앙 속에서도 현지 주민들은 잔해 속에서 이웃과 친지들을 한명이라도 더 건져내기 위해 맨손 구조활동에 발벗고 나섰다. 한 시청 공무원은 "살아있는 생명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그를 위해 맨손으로라도 건물더미를 모두 걷어내야 할 것"이라며 시민들의 구조활동 동참을 호소했다.

일부 시민들은 흙더미를 걷어 내며 큰소리로 "신이여, 사랑하는 친지들을 살려주소서"라고 울부짖기도 했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은 산 미겔 인근의 한 작은 마을로, 이곳에서만 25명이 숨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곳에서는 가옥 300여채가 내려앉아 피해가 컸다. 또 라스 콜리나스 지역에서도 1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산 미겔 시에서는 병원 외벽마저 무너져 내려 부상자 치료에 애로를 겪었다.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는 대부분의 기업과 상점들이 문을 닫았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전화.전기마저 끊기는 바람에 피해소식이 더 늦게 전달돼 구조가 지연됐다.

그러나 시내에서는 겁에 질린 시민들은 아랑곳 없이 한 유랑 서커스단 행렬이 확성기를 틀어놓고 거리를 활보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미국의 덴버 지진관측소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해안을 따라 강한 진동이 전파됐으며, 인접국인 과테말라는 물론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멕시코 남부까지 여파가 미친 것으로 계측됐다.

엘살바도르는 지진 피해가 잦은 지역으로, 1986년에는 리히터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해 1천500여명이 숨지고 8천여명이 부상한 바 있다.

○…엘살바도르에는 한국 교민이 305명 있으나 일부 재산 피해 외에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현지 대사관 송영민 부영사는 "교민들이 이번에 큰 피해를 입은 산살바도르 산타 페클라 및 라스 콜리나스 지역에 많이 살고 있으나 의류.가구.봉제 등 공장만 일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점검됐다"고 말했다.

(산살바도르〈엘살바도르〉APAFP연합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