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정일 서울방문 북미관계가 변수

다음은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주 청와대에서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편집인 겸 회장인 리처드 스미스와 가진 회견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북한체제의 본질에 대해 김대통령과 부시행정부간에 기본적 차이가 있나.

▲남북한간의 긍정적 발전에 관한 평가에서 이견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행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미심쩍어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과 체결하는 협정에 대한 상호주의와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의심에 대해서는 우리가 북한을 믿고있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에서 긍정적 변화의 길을 따르도록 유도할 수 있는 여지를 보고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부시행정부는 북한과의 관계가 지금까지 한 쪽으로 치우쳤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공격적 행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일종의 보상을 받아왔다.

또 (김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 정도 밖에 남지않아 북한과의 관계에서 획기적 조치를 발표하려는 열의가 지나쳐 상호주의와 검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나는 현시점에서 업적에 연연해하지는 않고 있으며 남북한 관계에서 이미 족적을 남긴 것으로 믿고 있다. 50년의 대치 끝에 남북한간의 진지한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큰 업적이다.

우리가 북한에 너무 많은 것을 주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북한은 정상회담에서 미군이 현재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에 주둔해야 한다는 점에 합의했다. 북한은 또 미국식 연방제를 요구했지만 내가 더 현실적이고 달성하기 쉬운 방식은 두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협의를 하고 양측이 합의한 협정을 이행하는 것이란 점을 설명하자 김위원장도 우리측 구상에 더 가까운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를 촉구하게 됐다.

-현재의 남북한 관계가 가시적인 이득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북한이 향후 3∼6개월내 취해야 할 구체적인 조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북한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들은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했다. 우리는 남북한 철도를 재연결하는데 합의했으며 철도복구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 또 개성에 산업단지를 건설키로 한 합의가 이행돼 상당수 남한 기업이 생산시설 설치 약속을 해놓은 상태다.

우리는 또 이산가족 상봉과 이산가족들간의 정기적인 서신교환 통로를 열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그러나 부시행정부 출범이후 이를 중단했다. 우리는 미래의 남북한 관계가 미측이 대북한 정책을 어떻게 설정하고 평양과의 관계를 어떻게 전개해나갈 것인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믿고 있다. 남북한 관계는 북-미관계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너무 느리게 움직이고 있나.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다. 부시행정부는 아직 구성되는 단계에 있고 미국이 대북한 정책을 설정하는데는 2, 3개월이 소요될 것이다. 우리는 관망하며 기다려야 한다.

-북한이 남북연결 철도를 복구하고 이산가족 상봉에서 보인 진전이 북한측이 진지한 것으로 말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만족하는가.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미국이나 남한으로부터 협력을 얻기위해서는 개방을 해야한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 북한은 대화하기 힘든 파트너지만 경제적 현실이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와 대화를 하도록 만들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당히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어느 누구도 지지율 하락에 대해 담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아직도 높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 이상이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서는 90%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문제는 부분적으로는 경제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며 정치에 대한 신뢰상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집권당의 총수로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북한이 비무장지대에 이전보다 더 근접배치됐다는 주장이 있는데 햇볕정책이 군사적인 이득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나.

▲나 역시 그런 보고를 받았지만 이에 관해서는 많은 다른 견해가 있다. 북한은 6.15 남북 공동선언이후 비난방송을 하지 않고 있다. 군사적 도발 역시 없었다. 눈에 띌만한 진전은 없었지만 군사분야에서의 분위기는 이전보다 어느정도 더 평온해졌다.

-임기내에 김 위원장의 방문 가능성을 어느정도로 보는가.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누차에 걸쳐 답방을 약속했다. 우리는 올해안에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것으로 믿고 있지만 북-미관계가 변수이며 이는 아직불투명한 상태로 남아 있다.

(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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