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다시 반미(反美)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북하는 등 정상회담 일보직전까지 갔던 북·미 화해 분위기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냉각되기 시작,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천명으로 '반미'분위기가 북한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우선 북한 언론들의 반미 캠페인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 북한의 신문·방송들은 지난 3월 한미정상회담 때 부시 미국대통령의 대북강경정책과 관련해 대미비난을 시작, 그 강도를 연일 높여 나가고 있다. 북한 언론들이 거론하는 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미사일방어(MD)체제 등 미국의 군사력 강화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연습을 비롯한 군사훈련 등이다. 최근들어서는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집요하게 문제삼고 있다.
지난달 30일 평양방송은 '침략과 전쟁의 괴수, 평화 파괴자의 100일 행적'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통해 "부시 행정부는 앞으로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더욱 엄중한 위험을 조성하는 길로 줄달음칠 것이며 세계제패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보다 강도적이며 파렴치하고 교활하게 책동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더욱이 최근들어서는 미국이 북한의 상용무력 감축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 주한미군 철수가 군축의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주민들에 대한 반미 사상교육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민주조선 등 북한 신문에 따르면 반미 사상교육은 각 지역과 기관, 공장·기업소, 학교 등에 만들어진 '계급교양관'을 적극 활용, 반미의식을 고취시키고 있으며, 특히 청년 학생들은 '복수결의모임'도 개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6·25전쟁 참가자나 체험자들과의 '상봉모임'을 비롯해 '미제는 조선인민의 철천지 원쑤'라는 주제의 계급교양 해설모임, 일과시작 전의 '독보(讀報)모임' 등을 통해 반미감정을 주입시키고 있다.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넷판은 지난달 평양시민들이 대동강변에 전시돼 있는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를 참관하는 평양시민들이 늘고 있다면서 북한에서 반미여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은 또 반미 도서도 발간, 주민들의 반미의식을 고양시키고 있다. '조선로동당출판사'에서는 '미제는 조선전쟁의 도발자', '남조선에서 감행한 미제의 야수적 만행'을 출판했으며, 문학예술종합출판사는 6·25전쟁 때 김일성 주석의 활동을 그린 장편소설 '50년 여름' 등을 출간했다. 이밖에 금성청년종합출판사는 남한 학생들의 반미투쟁을 그린 장편소설 '흐르는 별'과 함께 6·25전쟁 때 북한군의 '투쟁모습'을 다룬 그림책 '육탄영웅'출간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은 북한이 유럽연합(EU)과 공식외교관계를 수립하기로 14일 발표하자 곧바로 "북한에 대한 정책 검토가 끝나면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며 유화제스처를 보냈다. 그러나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북정책 기조를 △검증 △상호주의 △행동에 의한 북한 변화를 촉구하면서 "북한의 불량한 행동에 대해 보상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태평양을 사이를 둔 새우와 고래 싸움. 새우 옆에 있는 우리가 왠지 불안해진다.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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