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기는 졌어도 시민의식 빛났다

"퍼펙트, 원더풀" .세계축구연맹(FIFA) 경기위원으로 개막전 총감독관을 맡은 월터 시버(캐나다)씨는 30일 대회 준비와 진행이 완벽하고 대구시민들의 관전 태도 또한 훌륭했다고 극찬했다. 대회 내내 까다롭게 행사를 지휘했던 터였기에 그의 칭찬은 결코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컨페더레이션스(대륙간컵)개막전이 열린 3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는 6만여명의 관람객이 관람석을 메웠지만 열흘전 이 경기장 개장식때 드러났던 관람객 운송 차질, 입장시 혼란, 쓰레기 방기따위의 수준낮은 모습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내년 월드컵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에서 시민들은 철저하게 줄서기를 지켰고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회가 모두 끝난 뒤 관람석에는 버려진 담배꽁초나 휴지조각은 보이지 않았고 남은 음식쓰레기는 비닐봉지에 담겨져 지정 장소에 모아져 있었다. 자원봉사자들도 쓰레기가 넘치지 않도록 경기장 곳곳의 쓰레기통을 분주히 비웠으며 밤 늦은 시간까지 시설물을 정리했다.

많은 시민들이 자가용 자율2부제에 동참, 지난 20일 개장식때와 같은 교통혼잡은 보이지 않았다. 셔틀버스를 갈아타는 승강장마다 질서정연하게 줄을 섰다. 경기장 입장때는 시민들이 소지품검사로 인해 각 입구마다 50여m씩 장시간 줄을 서야 했지만 경찰관의 지시를 잘 따라 주며 불편을 참았다.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깨끗이 이용해 경기장 안팎이 청결했다.

비록 축구경기는 한국이 프랑스에 일방적으로 지고 있었지만 관중석에선 '파도타기'가 연이어 터지며 붉은악마 응원단과 시민들은 선수들을 향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개막전을 찾은 오모(39.남구 봉덕동)씨는 "경기는 졌지만 한국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줘 고맙다"며 "경기 승패에 관계없이 내년에 있을 월드컵때 좋은 성과를 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축구경기가 끝난 오후 7시쯤부터 시작된 귀가행렬은 밤 9시까지 이어졌지만 대체로 차분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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