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12순찰차는 동네 자가용

울진 북면파출소가 운영하는 '오지마을 심부름 센터' 호응이 대단하다. 군내버스가 하루에 단 한번 왕복 운행해 교통이 불편한 두천.검성리 마을 일을 순찰 때 봐 주는 것. 면사무소 등의 간단한 민원 업무도 대행하고 병원 가는 환자를 태워 나르기도 하는 것.

이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최석준 소장이 부임하던 지난 2월. 그 사이 주민들은 모두 45회나 이 센터를 이용, 131가구 중 3분의 1이 한번씩 이용한 셈이 됐다.

그러나 이 센터에 대한 반응도 처음에는 시원찮았다. 최 소장이 센터 개소를 알리는 홍보물을 돌리고 마을 확성기 방송을 해도 주민들은 그저 시큰둥했다. 그러나 한 보름쯤 지나 갑자기 몸이 심하게 아프게 된 추인택(66)씨가 택시를 불러도 거리가 멀다며 오지않아 다급해져 순찰차를 이용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3월부터 면소재지 의원으로 치료 받으러 다니던 김화연(82) 할머니는 순찰차 이용 단골. "처음엔 경찰 차를 이용하라니 모두들 이상하게 생각했지. 두렵기도 했고. 그러나 이제는 익숙해졌어"… 할머니는 아주 좋다고 했다.

이런 일이 소문이 난 뒤 마을 사람들은 이제 주민등록 등본 발급 등 사소한 일까지도 편하게 부탁한다고 경찰관들은 말했다. 그 중에서도 순찰차가 특히 인기 있는 날은 면 소재지 마을에서 5일장이 서는 날. 탈 수 있는 숫자가 한정돼 있으니 서로 타려고 아침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까지 연출된다고 했다.

"도시로 나가 사는 자녀들에게 쌀을 부치려고 순찰차를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경찰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가리켜 주는 지표가 아닐까요?" 최 소장은 그런 심부름 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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