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평양 민족통일대축전이 거듭된 파행속에서 당초 6.15 남북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화해협력의 한마당이 되리라던 기대를 무너뜨리고 막을 내렸다.
남측 대표단의 일부 인사들이 당초 정부와의 불참 약속을 어기고 첫날인 15일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앞 개폐막식 행사에 참가한데 이어, 17일에는김일성 주석 생가인 만경대에서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내용의 서명 파문 등이 잇따라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또 이 과정에서 정부와 대표단간,그리고 남측 추진본부와 통일연대 사이에서도 마찰을 빚는 등 남남(南南)갈등이 표면화됨으로써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그나마 성과라고 꼽을 수 있는 것이라면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규탄에 대한 5개항의 공동결의문 채택, 노동자.농민.여성.종교 등 계층.부문별 토론회를통해 민간교류 행사를 진전시킨 것 정도라고 할 수 있다.이번 파문으로 인해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추진해온 정부의 입지가 당분간 위축되는 것은 물론, 지난 3월 이후 중단된 남북대화의 재개와 지속적인 민간교류에도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정부는 당초 3대헌장기념탑 앞 행사를 허용할 수 없다며 '2001 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의 방북신청 불허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14일 추진본부측의행사장소 변경이라는 자의적 해석을 받아들여 방북을 허용, '졸속 방북승인'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14일 오후 '3대헌장기념탑 행사 불참' 각서를 전제조건으로 방북을 승인하면서도 이날 밤 9시에 방북교육을 급조 실시, 치밀하게 준비되지 않은 민간단체 인사들의 방북을 허용해 화를 자초하는 꼴이 됐다.
이같은 정부의 태도는 앞으로 민간단체의 방북이나 교류를 승인할때 좀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으로 이어지면서 민간단체에 대한 남북협력기금의 엄격한 집행 등 민간단체 교류 축소 또는 약화로 파급될 것으로 관측된다.이같은 관측은 민간단체의 통일운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7대 종단, 통일연대 등으로 구성된 남측 추진본부가이번 행사기간 일부 인사의 돌출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갈등을 표면화시킨 점은 내부분열의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3대헌장기념탑 행사 참가와 만경대 서명파문 해결과정에서 추진본부와 통일연대측이 파행을 거듭했을 뿐만 아니라 유감과 반박성명을 잇따라 발표하는등 남남갈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이번 행사에 참가한 한 남측 대표가 "통일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남북 사이의 실낱 같은 민간교류의 흐름마저 끊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자조'적 성격의 반응은 이번 행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작년 노동당 창건 55주년 행사에 남측 인사들을 초청했을 때와 비교해 달라진 북측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당시 일부 인사들의 금수산기념궁전 방문 요구를 '정치적 민감사안'이라고 달래가며 남측의 국민감정을 고려했던 북측의 성숙된 자세를 이번 행사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번 파행을 처리하는 정부 입장도 앞으로 대북정책의 방향과 관련해서 숙제로 남게 됐다.이와 관련, 정부는 20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서 8.15 평양 행사 파문당사자의 서울귀환 뒤 소환, 조사를 거쳐 위법성 판명시남북교류협력법.국가보안법 등에 의거, 사법처리를 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향후 잣대를 적용하는 기준 등을 두고 또한차례의 논란이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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