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기업하기 힘든 사회

유달리 기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사회가 있다. 이러한 곳에서는 보통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관찰할 수 있다.

첫째, 효율과 합리가 잘 적용이 안 된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을 보면 나와 얼마나 인간적으로 가깝고 나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얼마인가부터 계산한다. 그러다 보면 한정된 자원이 가야할 곳에 집중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낭비되기 십상이다. 둘째, 기업인과 그들의 이윤추구 행위가 무시되는 풍토가 존재한다. 성공 기업인들을 장사치나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인물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식사회에서 사회시스템의 개혁을 위해 가장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이를 추진하는 핵심세력이 기업인들이다. 셋째, 앞의 이유들로 인해 축적된 지식과 아이디어는 사장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헐값에 이전되고 만다.

그러다 보니 각 국가들은 보다 나은 사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와 포브스 등 세계적인 경제전문지들도 정기적으로 사업하기 좋은 국가들의 서열을 매기고 있다. 주목할 것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우리 보다 앞서 있고 이것이 최근 중국경제의 대약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사업환경은 국가경쟁력과 경제구조의 고도화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구.경북 지역의 사업환경은 어떤가? 자본 접근도(원하는 자금을 원하는 시기에 구할 수 있는 가능성)나 시장동향에 관한 정보력 등과 같은 객관적 지표에 있어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아마도 서울 이외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결코 높은 편에 속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기업인들이 스스로 느끼는 자괴감이다. 현재 지역의 기업인들을 좌절시키고 있는 환경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간 불신 풍조가 팽배해 있다. 이러다 보니 타 기업을 근거 없이 비방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아예 지역기업들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특정 동문이나 집단들의 지역패권주의도 내재해 있는 것 같다. 정보공유, 윈-윈 게임 등 사업적 시너지가 존재해야 지역의 차별적 경쟁력도 생기는 법인데…. 세계적 첨단산업 단지들이 한 시간이내의 이동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모여서 활발히 상호작용 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성공사례를 발굴해 지역의 스타로서 밀어줌으로써 지역의 비전을 공유하는 풍토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방정부의 지역기업에 대한 불신이 심하며 공격적인 기업육성책이 크게 부족하다. 후발적 경제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크기 마련이다. 특히 정부구매를 통해 초기 시장을 열어주고 이를 통해 가능성 있는 지역기업들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은 선진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일반적 지원정책으로는 일시적 책임을 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역경제를 결코 차별화 할 수 없다.

셋째, 종합대학과 전문대학은 많지만 정작 필요한 인력과 기술을 구하기 어렵다. 이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산학간 교류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인력은 많지만 지역 특색에 적합하도록 양성된 인재는 드물고, 지역 기업과 연계한 인력배출 시스템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산학협동의 성공사례들을 빨리 만들어 나가야 한다.

현재의 고난은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미래 희망이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과연 우리 지역은 사업환경 측면에서 기업인들에게 얼마나 희망을 주고 있는가를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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