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콜레라의 발원지인 영천에 왔을 때, 누군가가 그에게 하던 보고는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너무 가난해 남의 음식을 얻어 먹다가 콜레라에 걸린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조사 중입니다".
진성환자로 판명됐다는 초교 4년생 ㄴ군(9) 집으로 달려갔다. 가족은 할아버지(84) 할머니(71)와 부모, 그리고 형제 다섯 등 9명. 그 중 어린 아이 둘을 제외한 7명이 정신.지체 장애인들이라고 했다. ㄴ군 외에도 셋이 더 의사 증세를 나타내 자녀가 넷이나 아파 누웠지만, ㄴ군의 어머니는 그것조차 잘 모르는듯 했다.
사는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한 봉사자는 "어머니가 담갔다는 김치가 이상하기 그지 없더라"고 했다. 밥통에 상한 밥이 그냥 있길래 버렸더니 되찾아 가더라고도 했다. "고기는 요리할 줄을 몰라 못먹어 돼지갈비를 조리해 줘도 아이들이 잘 삼키지도 못하더라"는 얘기도 있었다.
한 이웃은 "봉사자들이 갖다 주는 멸치볶음.김치.조림류 외에는 된장찌개가 유일하다시피 한 이들 가족의 반찬"이라고 했다. ㄴ군은 4학년이지만 1년생 정도로 작고 말랐으며 얼굴에 핏기조차 없었다. 묻는 말의 의미조차 제대로 알아 듣지 못했다. 한 마을에 살며 33년째 이들을 돌본다는 먼 친척(67)은 "그나마 더 큰 병이 들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혀를 찼다. 이들 가족은 쌀.반찬거리 사는 일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마을 구석진 곳에 있는 방 세칸짜리 슬레이트 집의 모습도 형언키 어려웠다.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렸고, 잡동사니들이 가득 널린 방은 음습했다. 주방은 창고 같았으며 화장실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지경이었다. 물조차 제대로 안나와 겨울엔 다른 집에서 물을 길어다 쓴다고 했다.
먼 친척과 마을 사람들 외에는 '맑고 향기롭게 대구 모임' '대구.경북 포교사단 자원봉사팀' 회원들 등이 한달에 한번쯤 찾고 있었다. 봉사자 이옥연(여.29)씨는 "회원 10여명이 찾아가 가족들을 목욕시키고 집안 청소.소독을 하며 간식을 만들어 주지만, 한달 후 찾아가 보면 또다시 아이들은 영양결핍이 돼 있다"며, "장애가 덜 심한 아이 둘이라도 정상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 줄 방안이 필요하다"고 안타까와 했다.
그러나 당국은 한달에 108만원 주는 장애인 지원금으로 모든 관심을 끊은듯 했다. 콜레라 발생 후 영천의 각 마을을 방역 소독하고 있다고 당국은 주장했지만, 실제로 콜레라가 발생한 이 마을에는 지난 8일까지 소독 조치조차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단독] 국민의힘, '보수의 심장' 대구서 장외투쟁 첫 시작하나
문형배 "선출권력 우위? 헌법 읽어보라…사법부 권한 존중해야"
장동혁 "尹 면회 신청했지만…구치소, 납득 못 할 이유로 불허"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