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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세이-아내강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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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가 주장한 '부부강간죄 도입'에 대한 찬반 논쟁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나는 내 주위의 남성들로부터 '도대체 부부강간죄도 있습니까?' 라는 항의성 질문을 적지 않게받고 있다. 예상은 하였지만, 남성들의 저항은 역시 상당히 거세다. '부부강간죄 명문화'에 이르기까지 겪어야 할 난항이 결코 예사롭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나, 반드시 이루어져야할 과제이기에 나는 희망을 붙들고 있다. 별 뾰쪽한 묘책도 전략도 없지만, 힘을 기반으로 한 남성과 여성의 대결구도에서는 이 문제의 해법을 절대로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대화를 전개하고, 인내를 가지고 성의를 다하여 대화를 계속하여야 할 것이다. 어째 이 말은 야당과 여당이 서로 공격하며 싸움질 할 때마다, 한결같이 들어오던 말이지 않는가? 그러고 보니 '싸우지 말고 대화하여 풀어라'는 조언은 양쪽이 대책 없이 싸울 때마다 적용되는 상투적인 훈계인지….

'부부 강간 명문화' 논란

부부강간죄 도입을 놓고, 지금 남성과 여성이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남편과 아내가 벌이는 논쟁이 아무렴 여당과 야당의 싸움같이 사나울까? 베개송사의 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부부간의 문제가 아닌가 ? 이러한 나의 바람은 단지 낙관적인 환상에 불과한 것일까 ? 문제의 만연성과 피해의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부부강간문제는 외부로 쉽게 잘 드러나지 않았던 부부폭력이었다. 배우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자신의 문제를 외부에 드러내고호소하기는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성들의 심리적인 약점은 다른 유형의 부부폭력보다도 아내강간과 같은 부부의 성적 폭력에 여성들을 더욱 더 취약하게 만든다.게다가 아내강간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될 수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심리적 취약성을 반드시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관련 상담기관을 찾아와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는 아내강간 피해여성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배우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면서도자신의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던 많은 여성들의 표현되지 못한 아픔의 의미를 이제 우리는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드러내지 못하고 소리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의미 깊은 타자인 배우자로부터 폭력적인 방법으로 성(性)을 강제 당하면서, 아내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존엄함이 크게 훼손되었던 아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성장시에 부모로부터 폭력경험을 많이 경험한 남성일수록 결혼 후에 아내강간도 더 많이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폭력의 세습화' 현상에서도 아내강간은단순한 부부의 성 문제가 아닌 부부폭력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아내강간의 가해자인 남성과, 피해자인 여성이 부부관계를 정의(定義)하는 양식은 매우 다르다. 남성의 경우, 자신보다 아내가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남성일수록 아내강간성향이더 강하게 나타났다. 반면 여성의 경우, 남편이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인식하는 아내일수록, 남편의 아내강간을 오히려 더 인내하며 수용하는 모습이 보여주고 있어 매우 주목된다.

'칼로 물베기' 처럼 상처 없길

즉, 남성은 부부관계에서도 '강자는 지배자' 그리고 '약자는 복종자'라는 등식에 기초하여 행동하고 있는 반면, 여성은 배우자가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자신이 믿을 때, 오히려 자신을 '보살피는 자(care-giver)'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부부관계에서도 남성은 다분히 '약육강식의 원리'에 의해서 행동하고, 여성은 여전히 '모성적 원리'에 붙잡혀 행동하고 있는 사실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만약 남성들이 부부관계에서 설혹 자신이 아내보다 우월하다고 믿고 있을 경우에도 자신을 '지배자'가 아닌 '보살피는 자'로서 정의할 수만 있다면, 아내강간은 분명히 사라질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아내의 감정과 욕구를 존중하는 법을 남성들이 배워나가야 하듯이, 아내들도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상대를 존중하고 보살필 때, 아내강간과 같은 수치스러운 부부 성폭력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녕 아름다운 성(性)을 남편과 아내가 함께 향유할 수 있으리라.'부부강간 명문화'를 놓고, 지금 이 땅의 남편들과 아내들이 벌이는 팽팽한 논쟁이 그야말로 '칼로 물베기'처럼 상처의 흔적 없는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릴 수 있기를 많은 이들과 함께 간절히 소원해 본다.

(신성자-경북대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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